무심코, 내 안에 그가 들어왔다
눈에 든 어떤 것에도 무심한 그
말수는 적고, 안개처럼 흐리다
가끔은 나를 바라보는데
오랫동안, 아무런 말이 없다
그와 보낸 하루는
낯설고, 무겁고, 쉽게 부서진다
그는, 자주 존재를 부정한다
고개를 돌리고, 등을 내밀고서는
눈을 감고 외면한다
내가 나에게 낯설었던 날
그는 멀리로 가서
창가에 앉아 있었는데
햇빛이, 반쯤은 얼굴을 가려
온전히 그를 볼 수 없었다
그는 나보다 삶을 모른다
어쩌면, 그래서 나를
조용히 지켜보는 것일지 모른다
때로는 내가 먼저 말을 건네는데
그러면 그는 잠시 눈을 감고
대답 대신 긴 숨을 내쉰다
우리는 그렇게
말 없는 대화를 나누며
같은 방에, 다른 침묵으로 앉아 있다
그리고 아주 가끔, 그가 나를 바라볼 때
나는 나를 용서해도 괜찮을 것 같아진다
이해하지 못해도
이해하려 했다는 것만으로도
밤이 깊어지면, 내 안 어딘가
깊이에 숨고, 텅 빈 여백에
쓸쓸한 바람이 지난다
나는 그 여백을 가만히 들여다보다
저만치 구석진 한편에 숨는다
그러면 다음에 또 마주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