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갗처럼 질기게 들러붙어
육신과 그림자
그 서투른 경계를 삼킨 채
낮은 숨을 쉬고 있는 안개
너는, 말없이 스며들어
눈동자마저 적시게 한다
머리를 짓이기더니
몸을 잃게 하고
이미 오래전 시작된
무너짐의 끝이었는지
돌아갈 수 없는 막다른 길
어둠이 안개를 앞서간다
누구의 숨결인지
허옇게 피어오른 빗줄기 속엔
이토록 분간할 수 없는 잔인한 소식
이름이 지워진 시신 하나
서랍에 넣어둔, 잊혀진 사진처럼
빛이 바랜 채 돌아왔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말은
살을 도려내는 저주다
눈에 넣고픈 딸아이를 두고
차디찬 등을 돌려서는 안 된다
그토록 짙은 안갯속에
홀로 남겨진다는 것, 그것이
가장 깊은 어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