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을 손끝으로 더듬다 보면
자주, 텅 빈 방에 가서야 멈춘다
거북이 등딱지처럼 재단된 방엔
기억 못 할 장면들이 박제되었고
소나무 껍질처럼 갈라진 길을 따라
뇌수(腦水)가 끈적거린다
겨우, 등불 하나 밝혀두고
빛이 머무는 쪽으로 몸을 기울여
무섭지 않다고, 괜찮다고
비로소 내 존재를 증명하지만
남몰래 어둠 속을 지새운 흔적은
빗물처럼 벽을 타고 흐른다
지우지 못한 그림자 하나
내 안에 자리를 틀더니
뼈마디 사이는 서늘해지고
돌처럼 굳은 심장을 베고 눕는다
날 밀어내는, 날 선 목소리
끝내, 네가 나를 잊는구나
숨소리조차 짐이 된 나는
텅 빈 껍질로 하루를 끌고
그렇게라도 살아 있다는 건
갚지 못한 부채의식 때문이다
활활 타올라 사라져야 할,
지나치게 오래된 생명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