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이 어둠을 쓸어내린다는 말을
나는, 이제 믿지 않는다
어둠은 언제나, 가장 깊은 틈에서 숨 쉬고
빛은 그보다 더 조용히 흔적을 지운다
나는 식은 온기 위에 웅크리고
붙잡을 것도 없는 하루를 다시 견딘다
희망은 더 이상 뿌리를 내리지 않고
생명조차 허망하게 흩어진다
낡은 메아리가 내 안을 긁고 지나는 동안
나는 조금씩 부서져 나간다
비바람은 이제 내 안에서만 몰아치고
나는 천천히, 허물어져 내린다
바람에 흩날리는 내 이름자 따라
이 생의 끝자락이라 불렸던 곳은
이미 지나쳐 버렸고
나는 아직, 파편처럼 이곳에 남았다
너에게 닿으려 애썼던 모든 시간들이
이젠, 무거운 돌이 되어 무너져 가라앉고
숨 쉬는 일조차 잊은 그림자 하나
나는, 조용히 어둠 속으로 내려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