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잠(沈潛)

by 몽유

빛이 어둠을 쓸어내린다는 말을

나는, 이제 믿지 않는다

어둠은 언제나, 가장 깊은 틈에서 숨 쉬고

빛은 그보다 더 조용히 흔적을 지운다


나는 식은 온기 위에 웅크리고

붙잡을 것도 없는 하루를 다시 견딘다

희망은 더 이상 뿌리를 내리지 않고

생명조차 허망하게 흩어진다


낡은 메아리가 내 안을 긁고 지나는 동안

나는 조금씩 부서져 나간다

비바람은 이제 내 안에서만 몰아치고

나는 천천히, 허물어져 내린다


바람에 흩날리는 내 이름자 따라

이 생의 끝자락이라 불렸던 곳은

이미 지나쳐 버렸고

나는 아직, 파편처럼 이곳에 남았다


너에게 닿으려 애썼던 모든 시간들이

이젠, 무거운 돌이 되어 무너져 가라앉고

숨 쉬는 일조차 잊은 그림자 하나

나는, 조용히 어둠 속으로 내려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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