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순환하는 시간
이 계절엔
풀과 꽃, 돌과 나무
모든 숨이 눈을 감는다
바람까지도 방향을 잃고
물은 그의 깊이로 빠진다
나는 밤마다 알몸의 몸에
누덕누덕한 검은 깃을 꽂고
다른 울음이 되어
저 너머로 날아가는
검은 새의 날개짓을 따라간다
목청이 터져라
나를 불러도
돌아오는 건
겨우 한 줌, 회색의 숨결
그뿐인 것을
모든 계절은
검게 타들어가고
슬픔은 이름을 잊은 채
제자리를 돌고 있다
그것은 오래된 내 병이다
이제는 끝내야 할 생명
끝날 줄 모르는 슬픔이라면
이 끝없는 순환을 그만둬야 한다
검은 깃을 뽑아내
나는, 새가 되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