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깃의 계절

4. 순환하는 시간

by 몽유

이 계절엔

풀과 꽃, 돌과 나무

모든 숨이 눈을 감는다

바람까지도 방향을 잃고

물은 그의 깊이로 빠진다


나는 밤마다 알몸의 몸에

누덕누덕한 검은 깃을 꽂고

다른 울음이 되어

너머로 날아가는

검은 새의 날개짓을 따라간다


목청이 터져라

나를 불러도

돌아오는

겨우 한 줌, 회색의 숨결

그뿐인 것을


모든 계절은

검게 타들어가고

슬픔은 이름을 잊은

제자리를 돌고 있다

그것은 오래된 내 병이다


이제는 끝내야 할 생명

끝날 줄 모르는 슬픔이라면

이 끝없는 순환을 그만둬야 한다

검은 깃을 뽑아내

나는, 새가 되어야겠다


이전 06화검은 깃의 계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