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깃의 계절

5. 폐허의 정원

by 몽유

한때 정원이었던 곳

지금은 쓰러진 의자와

잊힌 꽃의 그림자만 남았다

저녁이면,

붉게 번졌다가 사라지는

그림자 하나


햇빛은 이곳을 피해 가고

까치도 이 고요에 날개를 접는다

바람조차 머뭇거리다

낡은 담장에 머리를 기대고

긴 호흡을 더한다


나는 텅 빈 화분 앞에서

무릎을 꿇고

무언가를 심는 시늉을 한다

아마도

말하지 못한 문장 하나쯤이겠지


마르지 않는 향기로 남아

가슴을 적시는

채 피지 못한 문장 하나

조용히 손끝에서만 맴도는

그림자, 그리움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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