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無名)

by 몽유

어두운 살갗 너머,

스러져가는 목소리 하나

뒤틀린 비명마저 잃고

피처럼 굳었다


한낮, 구더기들

눈동자 아래에서 꿈틀거린다

내 그늘진 뇌수(腦髓) 속에서

언젠가부터 깨어나

살아 있다는 감각을

조용히 갉아먹고 있다


이름은 잊었다

처음부터 없었던 것인지

비어 있는 가슴에

칼자국을 남긴

차가운 계절로 새겨졌을


숨 쉴 때마다

자주, 칼자국이 벌어지고

피멍이 얼룩져 번진다

여전히 장례는 끝나지 않았고

무덤은 나를 거부했다


아무도 묻지 않는다

나는

결국, 사라질 수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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