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고무신

by 몽유

논두렁 끝에 벗어놓은 고무신 한 켤레

가지런히 놓고 간 줄 알았더니

그게, 잃어버린 거였다


아버지는 산 너머 품 팔러 가시고

어머니는 움푹 팬 가마솥에

흐릿한 된장국을 저으신다


나는 빈 고무신 앞에 앉아

도토리 떡 생각만 하다가

한숨도 안 먹고 집에 갔다


바람은 자주 어머니 치마를 걷어 올리고

그 아래 바싹 마른 살결이

소리 없이 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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