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에게, 첫 편지
시를 쓴다는 것은
말이 되지 못하는 마음을
한 줄로 끌어내리는 일이다
울음도 웃음도 미처 다 말할 수 없어
그저 문장과 문장 사이에 그 숨을 숨길뿐
하나의 음절에 붙잡히고
쉼표 하나에 오래 멈추게 되는 일이다
세상이 너무 시끄러워
침묵으로만 기록할 수밖에 없는 날이 있다
그럴 땐, 시가 나를 대신해 울어준다
시는 종이 위에 흘린 마음의 흔적이지만
어쩌면 그것은,
누구에게도 다 하지 못한 사랑의 편지이기도 하다
시를 쓴다는 것은
잊히고 싶지 않은 순간을
스스로 망각하는 일이며,
또한, 잊히지 않기를 바라는
소박한 염원의 형태이다
그래서, 시를 쓴다는 것은
다만 살아 있다는 것을
조용히 고백하는 하나의 방식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