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속 우체통
오늘도 편지를 씁니다.
잉크는 오래전에 말랐지만
당신 이름 앞에선
손끝이 아직 젖습니다
나는 여전히
당신을 부르지 않은 날보다
부른 날이 많았고,
지운 적 없는 순간이
지운 척한 순간보다 길었습니다
창밖엔 비가,
우산 속엔 두 어깨,
오래전 거리가
물빛으로 번집니다
당신이 떠난 뒤에도
나는 매일,
마음속 우체통을 열어봅니다
비어있음을 알면서도
'혹시 오늘은' 하고.
만약 이 편지가
바람 따라 당신 손에 닿는다면,
그 순간만큼은
우리가 다시 마주 앉아
같은 침묵을 마셨으면 좋겠습니다
그 침묵,
내 마지막 기억 속에서
아직 식지 않은 당신의 체온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