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에게, 두 번째 편지
그대는 오늘도
빛보다 어두운 마음을 골라
하나의 문장 속에 묻었겠지요
그것이 말이 되게 하느라
얼마나 오랫동안 침묵했을까요
그대의 시는
늘 전부를 말하지 않아서 더 많은 걸 말합니다
나는 그 여백을 꽤 오랫동안 바라보다가
마침내, 문장 너머에 앉은 당신의 등을 떠올립니다
고개를 숙이고, 눈을 감고
세상에서 가장 조용한 울음을 쓰고 있는 그대
때때로 시는
상처보다 늦게 아파옵니다
한 구절을 쓰고 나면
그 어구가 다시 그대를 찌르기도 하겠지요
그럼에도, 계속 쓰는 사람
그 이름이 그대입니다
혹여나,
이 세계가 그대의 시를 다 알아듣지 못하더라도
적어도 나는,
그 슬픔의 언어에 귀를 기울이겠습니다
그대의 시가 자주 나를 앉히고,
기억하게 하고,
어딘가에 조용히 불을 밝히게 하니까요
그대는 모르겠지만
그 불빛 덕분에
그 어떤 밤에도 내가 무너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오늘도, 아주 조금만 더
그 어둠의 안쪽으로 걸어 들어가 주시길
나는 거기서
그대의 시가 되어 돌아올 그대를 기다리겠습니다
늘, 언제까지고
그대의 시를 읽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