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골목에서

by 몽유

가로등 불빛 아래

꽃잎 몇 장이 기웃거리다

어디론가 흩어져 간다


네가 머물던 자리에

작은 그림자 하나 흔들리더니

순간, 바람은 길모퉁이로 날아가

먼지를 일으킨다


나는 부지런히 뒤를 따르지만

네 체취는 이미 희미해져

밤하늘로 스며 오르고


길바닥에 누운 잎사귀만

아무 말 없이

지워지는 발자국을 덮는다


네가 다녀간 흔적마다

쓸쓸한 바람이 머물다 가고

내 가슴엔 마른 꽃잎 하나

바람에 부서질 듯, 아직도 흔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