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는
자신이 어디서 태어났는지 알지 못한다
달빛은 한때의 숨결처럼
물결 위를 어루만지다 사라질 뿐
저기 아래,
소금기 묻은 상처들이
겹겹이 썩어가는 동안
바다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
그저 하늘을 닮아간다
한 줄기 나무가
유영하듯 흘러온다
뿌리를 버리고
기억을 잃은 채로
나무를 안아주는 물결도
붙드는 이유도 없이
그저 부유한다
잊힌 이름의 잔향처럼
바다는 나무의 이름을 부르지 않는다
그저 잠시, 지나간 그림자를
자신의 망막에 새겨둘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