初寒有感 (초한유감)
霜重孤燈白 (상중고등백)
雲低暮氣沈 (운저모기침)
萬物皆歸靜 (만물개귀정)
人心最是深 (인심최시심)
서리는 짙어 등불 홀로 하얗고
구름은 낮아 저녁 기운이 잠든다
만물은 모두 고요히 돌아가는데
사람의 마음만 더욱 깊어지는구나
첫서리가 내리는 새벽, 창가에 앉아 본 사람은 안다.
서리 내린 세상이 고요히 자신을 거두어들이고 있다는 것을.
지난 여름의 싱그러움을 잊은 지 오래된 나뭇잎은, 이미 떠날 채비를 마쳤다. 들판의 바람조차 쉼 없이 달려온 끝에 마침내 숨을 고르고 있다. 그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아가는데, 오직 내 마음만이 그 고요 속에서 더 깊이 가라앉는다.
등불 하나 켜두면 방 안은 하얀 빛으로 잠기고, 그 빛 속에서 오래된 기억들이 천천히 되살아난다. 누군가의 이름, 잊은 줄 알았던 약속, 아직 지워지지 않은 문장 하나가 불빛을 따라 흔들린다.
창 밖의 찬 기운이 문틈으로 스며들 때, 마음속에는 오래된 한기가 다시 깃든다. 그러나, 그것은 단지 추위가 아니다. 어쩌면 살아 있다는 증거, 아직 무언가를 느낄 수 있다는 증명일지도 모른다.
만물이 고요로 돌아가듯, 사람의 마음도 언젠가는 그 깊은 곳에서 멈출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세상은 잠들었지만, 마음은 여전히 깨어 있다. 그 깨어 있음이 곧 외로움이자 생의 불씨다. 겨울의 문턱에서, 모든 고요의 끝에는 언제나 ‘깊은 마음’ 하나가 남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것이 이 초한의 계절이 나에게 남긴 가장 순정한 슬픔이자, 가장 맑은 깨달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