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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짜기

by 몽유

골짜기



어둠도 되돌아오는 줄 알았다

등을 스치는 바람도, 오래전 흘린 말 한 조각도

언젠가는 다시 밀려와 나를 적실 거라고


하지만, 시간은

돌아오는 척하며 더 깊은 구멍을 파고

기억은 구멍의 가장자리에서

무거운 발걸음을 옮긴다


침묵은 말라붙은 파도에

눈물로 마지막 흔적을 남기고

그 위에 나는,

희미한 그늘처럼 버려졌다


돌아온다고 믿었던 모든 것이

사실은 무너지는 것이었을 뿐

손 안에 움켜쥔 모래가 아니라

손바닥을 갉아먹는 바람이었다


밤은 매번 더 무겁게 내려앉고

그 무게를 견디기 위해

말 없이 가라앉는 연습을 하지만

침잠 속에서 허우적거릴 뿐


조류(潮流)의 어깨를 스치던 기억조차

이젠 물 아래로 가라앉은 폐허

살아간다는 것은, 결국

더 깊은 골짜기로 떨어지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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