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짜기
어둠도 되돌아오는 줄 알았다
등을 스치는 바람도, 오래전 흘린 말 한 조각도
언젠가는 다시 밀려와 나를 적실 거라고
하지만, 시간은
돌아오는 척하며 더 깊은 구멍을 파고
기억은 구멍의 가장자리에서
무거운 발걸음을 옮긴다
침묵은 말라붙은 파도에
눈물로 마지막 흔적을 남기고
그 위에 나는,
희미한 그늘처럼 버려졌다
돌아온다고 믿었던 모든 것이
사실은 무너지는 것이었을 뿐
손 안에 움켜쥔 모래가 아니라
손바닥을 갉아먹는 바람이었다
밤은 매번 더 무겁게 내려앉고
그 무게를 견디기 위해
말 없이 가라앉는 연습을 하지만
침잠 속에서 허우적거릴 뿐
조류(潮流)의 어깨를 스치던 기억조차
이젠 물 아래로 가라앉은 폐허
살아간다는 것은, 결국
더 깊은 골짜기로 떨어지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