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로 지는 노을
가만히 고개를 돌린 순간
시간은 이미 기울어 있었다
하루의 끝을 안은 채, 너는
바다의 품에서 마지막 숨을 고르고 있었구나
바람에 실린 긴 그림자
파도 곁에 쓰러져 누웠더니
어둠 속으로, 아주 조금씩
스스로를 지워내며 염원처럼 스며들었구나
아픈 듯 아니 미련인 듯
수평선을 따라 번져 오르는 붉은 맥박
한순간 바다를 끌어안고
금빛 주단을 접어 하늘에 남기고는
슬며시, 바닷속으로 자맥질한다
너를 온전히 보내지 못한 것은
남은 온기 탓이었을까
차라리 흘려보냈더라면
내 마음도 조금은 덜 저물었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