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
너에게 닿지 못한
말들의 사체를 밟으며
숨소리조차 얼어붙는 골짜기에
첫눈이 내리면,
밤을 새워 부서져 울던 것들이
너의 그림자를 따라 걸어간다
한때는 뜨거웠던 어둠 속에서
하얀 숨결같은 몸짓을 나누던 우리가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는 계절에 묻혀
가장 먼저 사라질 것을 알면서도
가장 먼저 마음에 내려앉는 것은
언제나 슬픔이었다
그래서일까
이렇게 첫눈 흩어지는 날
너를 떠올리는 일은
살아남은 슬픔이
이미 희미해진 계절의 그림자를
다시 지우려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