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
첫눈이 왔어, 라고 쓰면
네가 사라질 것 같아서
첫눈이 와, 라고 쓴다
지금도 창밖으로
아무 일 없다는 듯
천천히 지워지는 세계
사랑도 그랬다
끝났다고 말할수록
더욱 선명해지는
지워지지 않는 시제
그래서 나는 아직도
너를 미래로 보내지 못하고
첫눈이 온다
첫눈이 온다
매년 같은 문장을
같은 자리에서 틀리게 쓴다
이미 지나간 것들만이
끝내 현재가 되는 밤
눈은 멈췄지만
나의 문장 속에서는
계속 내리고 있다
너의 이름이
눈보다 먼저 와서
아직 녹지 않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