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

by 몽유

입춘



아직 겨울의 잔재가 진하다

창문에 남은 성에처럼

쉽게 지워지지 않는 것들만 남았다


달력은 봄을 바라보는데

몸은 여전히 지난 계절의 무게를 기억하고

두터운 외투 주머니엔

쓰지 못한 말들이 남아 있다


사람들은 새싹을 이야기하고

마르지 않은 뿌리의 시간을 생각한다

자라기 전에, 썩지 않기 위해

견뎌야 했던 어둠을 기억한다


입춘,

이름만 먼저 도착한 봄 앞에서

아직 고개를 들지 못하겠다

빛이 오고 있는데, 빛을 믿기엔

너무 많은 겨울을 살았다


계절을 맞지 않고, 의심한다

봄은 오는 게 아니라

다시 믿게 되는 것이다

천천히 설명되어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