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마음
동백
- 붉은 마음
계절이 지나는 길 위에
먼저 도착한 것은
봄이 아닌, 기다림의 무게다
붉은 통꽃 하나, 떨어질 때까지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스스로를 안고 누운 얼굴
꽃잎은 흩어지지 않고
끝내 하나로 남아
사랑의 끝이 이런 것이라며
조용히 길을 막는다
그 붉음을 밟지 않으려고
사람들은 비켜 서서 걷는다
상처 없는 이별이
어디에도 없다는 걸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계절은 어깨를 풀지 못하고
붉은 통꽃 하나 누운 자리마다
한 걸음씩 자신을 내려놓는다
봄은 늘 이렇게 온다
피는 것으로가 아니라
견디다 끝내 내려놓는 것으로
그래서 동백은
봄의 꽃이 아니라
계절이 바뀜을 허락하는
붉은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