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에게

by 몽유

민들레에게



바람이 스치는 자리마다

작은 너의 그림자가 누웠다

노랗게 물든 얼굴로 피었지만

네가 지는 쪽을 먼저 보았다


발밑에서 떨고 있던 너를

한 번도 제대로 붙잡은 적 없어서였을까


사랑은 늘 잃은 뒤에야 이름을 얻는다

그래서 더 아픈 것은,

씨앗으로 흩어지던 날에도

도망친 것은 결국 나였다는 사실이다


그때 사라진 것은 네가 아니라

더 이상 머물 자리가 없던 나였다


누군가는 너를 봄의 언어로 기억하겠지만

나는 너를, 단 한 번도 붙잡지 못했다는 이유로

계속 상처가 돋아나는 이름으로 기억한다


어딘가에 남아 떠도는 너의 씨앗들은

흩어져도, 끝내 사라지지 않는 사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