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여전히 길 위엔
얼음 같은 말이 남아 있다
손을 내밀고서도
서로의 체온을 의심해야 하는 계절
그런데도
먼저, 웃는 사람은 있다
괜찮냐고 묻기도 전에
괜찮아질 수 있다고
눈으로 말하는 사람이 있다
상처가 아물지 않았다는 걸
알면서도 밴드를 떼고
빛을 쬐는 사람이 있다
시간보다 먼저 걷고
뒤따를 이들의 그림자를
덜 춥게 만드는 이들
용기가 넘쳐서가 아니라
머뭇거림 속에 남겨질
사람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봄은, 뒤늦게 도착해도
세상은 완전히 녹지 않아도
살 만한 온도를 유지하는 이유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