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겨울
그녀의 손등에는
지나온 시간의 흔적처럼
겹겹이 엉겨 붙은 겨울이 있었다
눈꽃처럼 일어난 살갗 사이로
장작 타는 냄새가 그을음처럼 퍼지고
그 손이 머리를 만질 때면
세상은 서걱이며 숨을 쉬었다
저녁이면 좁은 방 안에
바람이 먼저 들어와 앉아
얼기설기 바람막은 창문을 달그락거렸고
구겨진 양은 냄비 뚜껑으로 눌러둔
저녁은 언제나 식어 있었다
봄은 늘 문턱 앞에서 길을 잃었는데
벽 너머 티비소리가 새어 나올 때면
애써 이불속으로 몸을 숨기던 그녀에게
가난은 냉기처럼 방 안을 맴돌았고
그녀의 손끝만이 남은 불씨가 되었다
그녀는 불씨를 지키려
밤마다 내 손을 포갰는데
지금도 겨울이 오면
하얀 눈꽃이 핀 그녀의 손이 떠오른다
내 손등에 머문 오래된 겨울은
아직도 식지 않은 그녀의 온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