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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질다글 Aug 30. 2022

내가 학교와 회사를 뛰쳐나온 이유(1)

그 무엇도 날 편하게 만들지 못했다.

"공부해. 학생은 공부를 해야지."


어딜 가나 공부하라고 말한다. 그걸 당연하게 받아들이면서 움직이는 사람들이 오묘했다.

출발선 앞에 어리둥절하게 서있다가 갑자기 울린 총성에 무작정 달리는 것 같았다.






한 번은 고등학교 선생님과 1:1 면담 중에 좋은 대학이 무엇인지 물어봤다.


“선생님, 좋은 대학교가 뭐예요?”


언제나 공부하라고 서울에 있는 대학에 가야 한다고 했던 선생님이 나의 물음에 선뜻 대답하지 못하는 것을 보고 기분이 이상했다. 잠시 뒤 나온 말은 좋은 대학을 가야 좋은 회사를 들어간다는 것이었다.


그때 알았다. 좋은 대학은 선생님의 입장이다.


그래도 막연하게 공부할 수밖에 없었다. 학생인 내가 별다른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학교는 달리 나에게 알려준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기 싫은 마음 꾹꾹 억누르고 눈물 뚝뚝 흘리며 공부했다. 입시원서를 넣을 때 하나도 설레지 않았고 대학교 합격 문자를 받았을 때도 기쁘지 않았다. 이건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었다.


줏대를 잃어버린 채 어영부영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그렇게 2019년에 경영학과로 대학을 입학했다.


바라지도 않은 학교를 심지어 등록금까지 내고 다니니 돈이 아까워서 손 놓고 다닐 수 없었다. 도움이 되는지 의문이 드는 활동도 쥐 잡듯이 찾아내서 움직였다. 대학교를 다니는 동안 최선을 다해서 얻을 수 있는 건 얻고자 했다.


내가 학기에 했던 것 중 하나는 상담이었다.


경영학과 담당 교수님과 상담하면서 일러스트 분야로 창업하고 싶다고 했다.

그 말을 들은 담당 교수님은 다른 말은 하지 않고 창업 지원 부서에서 비용을 지원해주는 대신 창작물의 저작권은 학교에 있다고 하셨다. 도움을 주고자 소개해준 A교수님은 마케팅 전공이었다. 심지어 내가 만난 최악의 교수님이었다.






물론 경영학과에 아무 생각 없이 들어온 건 아니다.

내 꿈인 1인 대표가 되기 위해 필요한 능력과 지식을 쌓으려고 왔다.


그런데 계획이 점점 어긋났다.


지식이고 뭐고 학점을 높이는데 집중되어 휘발성 암기하는 날만 늘었고 전공 수업은 큰 회사에 대한 회계를 배웠다. 허탈했다.


물론 찾아보지 않고 학과를 고른 내 잘못이었다. 전공수업에서 배운 지식도 분명 어딘가에 쓸만한 게 있을 것이다. 그런데 난 이미 지쳤다.


학교에서 나름대로 열심히 활동하고 여러 사람 만났지만 얻은 건 없었다. 학교 사람들은 어떤 정확한 이유도 없이 대학 졸업증 없으면 큰일 나는 것처럼 말했다. 기묘했다. 주변마저 이러니 희망이 무너졌고 마음은 해질 대로 해졌다.


학교는 계속해서 나에게 실망감을 안겨줬고 등교조차 힘들었다. 가기 싫은 마음을 끙끙 억눌러서 무사히 학교에 도착하면 몸에 힘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았다.


그저 공허했다.

하늘을 봐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이유도 모른 채 파도처럼 몰아치는 무기력을 온몸으로 받아냈다.


그렇다고 내 기분을 티 내지 않았다.

친구들과 같이 있을 때, 바깥 활동을 할 때만 웃었다.

시험기간이 되면 하염없이 울었다.

죽도록 하기 싫었다.


하고 싶은 일과는 전혀 상관없는 공부를 하고

시간 낭비하는 걸 지켜보고 있을 수밖에 없어서 숨이 막혔다.


대학교에 오면 달라질 줄 알았다.

10대가 아닌 20대가 되면 한순간에 변할 줄 알았다.


아니었다. 난 그냥 나였다.

할 줄 아는 게 없는 학생이었다.


미래가 하나도 기대되지 않는 공부를 하고 그걸로 점수 매겨졌다.

학교도 똑같았다.


틈만 나면 울었던 것 같다.

이 짓을 또 하고 있다니.


끝까지 버티던 나는 결국 학생상담소까지 찾아갔다.

그리고 이건 나의 첫 번째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됐다.


상담소 이야기는 이번 주제와 다른 느낌이라서 다음 글에 다룰 예정이다.






상담을 마치고 2학년 1학기 시작과 동시에

나는 학교 행정부서에서 근로학생으로 일하게 됐다.


원래 학과 동기의 자리인데 편입을 성공해서 내가 구멍을 메우다시피 들어갔다.


참고로 내가 간 곳은 힘들기로 유명한 부서다. 그럼에도 들어간 이유는 학교 안에서 가장 사회와 가까운 일을 할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근로 활동이 궁금했고 학교의 소식을 가장 먼저 들을 수 있어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했다.


문서 정리, 엑셀표 작성, 교수님들한테 전화로 공지 알리기 등 일은 어렵지 않았다.

반복적인 업무. 실수하면 큰일 나는 업무.

지루함 속에서 긴장을 놓지 않기란 어려웠다.


뭐든 쉬운 일이 어디 있다만

처음 해보는 사회생활에 상처받았고 나중에는 자리에 앉아있기도 힘들었다.


하고 싶지 않았다.

다음 학기가 끝나기를 낑낑대며 버텼다.

분명 좋지 않은 신호였다.






근로 중에 새로운 직원분이 입사하셨다.

우리 학교 경영학과 졸업생이라고 했다.


문득 생각이 떠올랐다.


‘좋아하지도 않은 걸 공부하고 있는데 나중에 이걸로 취업하겠지?

그때도 이렇게 버텨야 하는 걸까?’


몸이 베베 꼬였다. 끔찍했다.


반드시 이쪽으로 가는 건 아니지만

경영학과 졸업생이면 동일업계로 붙을 가능성이 높으니 당연히 그쪽으로 맞춰진 학교생활을 할 것이다.


학교의 목적은 취업이다.

그게 나를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여기에 내가 원하는 지식은 없었다.

학기 중 학점은 무시할 수 없었고 방향성은 서서히 잃어갔다.


줏대 없이 남들 따라 대학 간 결과였다.

학기가 끝나고 나는 휴학 원서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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