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고 생각해서 잊지 말아야 한다

- 염염불망(念念不忘)

by 오병만

공부 하고 싶었다.

선생님을 찾아가 공부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왜 공부하고 싶냐고 물으신다.

오래전부터 하고 싶었는데 기회를 놓쳐 마음속으로 생각만 해놓고, 선생님을 만나 더 늦기 전에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선생님을 찾아왔다고 말씀드렸다.

한참 동안 나를 물끄러미 보신다. 그 생각을 잊어버린적이 있었나요.

아닙니다. 씩 웃으시더니 그것을 염염불망이라고 합니다.

“생각하고 생각해서 잊어버리지 않고 살다가 그것을 행하는 것을 말합니다. 돌아가셔서 마음이 서면 다시 오세요.”

연구실을 나와 생각해 보았다. 막상 그렇게 공부하고 싶었는데 덜컥 겁이 났다. 얼마나 어려운 공부이기에 바로 시작을 안하고 작심하고 오라는 것인가.

그렇게 하릴없이 한 달을 보냈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난 영영못할수도 있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다시 선생님을 찾아갔다.

“마음이 섰나요”

“예, 받아주셔서 감사합니다.”

“공부의 인연은 제자가 결정합니다. 스승은 공부하고 싶다고 못 찾아 나섭니다. 첫 공부는 “대학”으로 하겠습니다. 물론 원전입니다. 원문과 주자의 주, 선조들의 과거시험 답안지인 ‘비지’까지 합니다.”

그렇게 떠듬떠듬 한문공부는 시작하였다. 두꺼운 자전을 준비하고 오로지 한자로만 써있는 책을 구입하였다. 떠들기만 해도 현기증이 난다. 공부법은 이랬다. 먼저 공책에 원본을 쓰고 그 아래에 해석을 쓴다. 그리고 원문에 대한 해설인 주를 쓰고 해석한다. 선생님과 만나서는 성독을 하고 떠뜸떠듬 해석한다. 잘못된 것은 선생님은 바로 잡아 주신다. 한자쓴 노트를 선생님은 일일이 검사하신다. 마치 초등학생이 된 기분이다. 처음에 날라 다녔던 글씨가 차츰 바로 잡아졌다. 오히려 공부보다는 글씨가 정갈해졌다. 공부의 처음과 끝은 자세와 글씨임을 차츰 알게 되었다.

스승님의 책이다. 사십여년 된 책이다. 공부의 흔적이 그대로 묻어난다.

시작된 한문공부가 어느덧 오년이 흘렀다. 대학을 이년에 마치고 맹자로 넘어갔다.

사실 한문공부를 시작한 것은 내 공부가 겉돈다는 생각을 하면서부터다. 남이 번역해 놓은 원전을 받아들이기만 했더니 어느 순간 어떤 사람이 번역했는가에 따라 내용이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내 공부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았고 원전을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에까지 미치게 되었다.

또다른 이유 중에 하나는 다산이나 연암을 글을 원문으로 읽고 싶었기 때문이다. 번역서도 수도 없이 보았지만 이제 번역으로 보는 것은 한계에 부딪쳤다.

다산 선생도 연암 선생도 글을 한글로 쓰지 않았다. 동경대전 역시 한자로 쓰여져 있다. 물론 한글 가사도 있지만 주요한 생각은 한문이다. 물과 구름(수운), 바다와 달(해월). 수운선생과 해월선생을 한글로 적어보니 새롭다. 번역으로 말고 동경대전 원본으로 보고 싶은 욕망이 생긴다.

내 책상 앞에는 ‘동경대전’과 ‘악기’ 나란히 꽂혀 있다. 원문으로 만나는 악기와 동경대전은 어떤 내용일지 벌써부터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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