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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파리 Jul 13. 2021

인스타 사진 한 장 보고 찾아간
건축물 Good&Bad

프랑스 리옹

리옹에는 뭘 보러 가???!

...라고 물어보면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는 도시.

이름은 많이 들어보았으나 딱히 떠오르는 게 없는 도시.

나에게 리옹은 그런 도시였다.


프랑스 남동쪽의 애매한 위치에 있는 리옹은 길지 않은 기간을 여행하는 여행자에게 쉽게 일정에 넣을 수 있는 도시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리옹을 일정에 넣었던 건 근처의 '라투레트 수도원'을 가기 위함이었는데 어느 날 인스타에서 본 강렬한 인상의 건물이 바로 리옹 시내에 위치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것도 두 군데나!!!


그럼 가야지~~~ 무조건 가야지!


인스타그램에서 사진 한 장 보고 무작정 찾아간 건축물  Good & Bad


Good

나를 매혹시킨 사진 한 장은 바로 이 컷이다.

인스타에서 본 사진 그대로 드디어 내가 찍은 사진 한 장을 남길 수 있게 되었다.



사진 으로도 나는 충분했는데 직접 찾아가 본 건축물은 정말이지 기대 이상이었다.

외관은 어떻게 생겼는지 누가 설계했는지 아무런 정보도 없이 찾아 간 건물인데 정말 찾아가 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탁월한 선택이었다. 내 경우엔 이렇게 무모한 결정이 생각보다 만족스러운 경우가 더 많았다.

게다가 이 박물관은 리옹의 유명 볼거리인 <푸르비에르 노트르담 성당> 바로 옆에 위치해 있어 접근성도 좋 곳이었다.


박물관의 이름은

Gallo-Roman Museum

갈로 로만 박물관




가는 법 : VIEUX LYON 지하철역에서 오른편 푸니쿨라를 타고 올라가면 <푸르비에르 노트르담 성당>과 <전망대>를 갈 수가 있는데 그 푸니쿨라 역에서 조금만 내려가면 이 <갈로 로만 뮤지엄>이 바로 나온다. 왼편의 푸니쿨라를 이용해서 가도 상관은 없다. 나는 그렇게 해서 갔다.

(TIP. 푸르비에르 노트르담 성당 쪽이 더 언덕이기 때문에 그쪽을 먼저 보고 내려가는 게 움직이기에 더 편하다.)




건물이나 주변환경에 대한 아무런 정보 없이 박물관 입구 쪽으로 들어는데 내 눈앞에 이런 전경이 펼쳐졌다. 가을의 정취가 제대로 느껴지는 도시 전경과 함께 로마시대의 원형 경기장이 멋들어지게 자리를 잡고 있었다.

로마의 유적지가 리옹에 있는 것도 신기했지만 보존 상태가 너무 좋은 큰 경기장 옆에는 작은 경기장도 하나 더 있고 직접 내려가서 마음껏 활보할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어 신나게 돌아다녔다.

11월 초의 꾸물꾸물한 날씨라 사진이 이렇지만 여기에서 보는 전망이 성당 쪽 전망보다 더 인상적이었던 기억이 난다.






기다리던 입장시간이 되어서 이제 박물관으로 들어가 본다.

박물관은 건물로 진입하는 층이 1층이고 나머지 전시실이 있는 층은 전부 지하에 묻혀 있었다.

아래 사진의 풀이 자란 경사면 안쪽에 건물묻혀 있는 것이고 저 튀어나온 BOX 유리창이 유일하게 밖을 바라볼 수 있는 창이다. 이름에서 느껴지듯이 이곳은 로마시대의 다양한 컬렉션이 전시되어 있는 고고학 박물관이다.



건물 입구 매표소에서 2.5유로의 입장료(2017년 기준)를 내고 내부로 진입하니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하나 나왔는데 바로 이 나선형 계단이 인스타에서 보았던 사진의 주인공이다.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의 입구


상부에 천창이 뚫려 있어 멋진 그림자를 만들고 있다.


계단에서 올려다 본모습


계단을 내려오면 그제야 본격적으로 전시실이 시작된다.

박물관은 중앙의 경사로로 자연스럽게 내려가게 되어 있으며 그 양옆으로 전시실들이 배치되어 있기 때문에 시를 구경하며 다니다 보면 자연스럽게 다음 층으로 내려갈 수 있는 구조이다. 자연광은 경사로 사이의 천창에서 비치는 빛밖에 없고 인공조명이 있지만 최소한으로 자제되어 있어 어두운 분위기이다. 지하에 있는 만큼 뭔가 동굴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구조체의 뼈대들이 고스란히 러나 있어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풍기기도 다. 내부의 공간들이 이렇게나 흥미진진하니 전시물을 자세히 볼 틈이 없다. 





여기가 바로 아까 바깥에서 보았던 튀어나온 BOX 유리창의 정체!

다른 이 동굴 같은 어두운 분위기라면 이 공간은 자연광이 은은하게 들어와서 신비로운 느낌마저 들었다. 빛과 공간의 형태, 전시물 모든게 잘 계획된 굉장히 임팩트있는 공간이었다.

유리창 너머로는 바깥의 고대 경기장을 색다르게 볼 수 있어 전망에 집중이 잘 되는 공간이기도 했다.





마지막층에는 보이는 수장고가 있다. 전시실은 모두 노출 콘크리트로 마감되어 있어 재료의 성질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고 전시물들은 적절히 잘 배치되어 있었다.

전시실 전체가 땅에 묻혀 있는 박물관이라 지하로 지하로 계속 내려가며 전시를 다 보고 나 잠시 로마시대 다녀온 듯 꿈을 꾼 것 같기도 다.


계단 사진 한 장 보고 찾아온 곳인데 이렇게 흥미로운 건축물을 경험하게 되다니!

보물을 하나 스스로 찾아냈다는 뿌듯함에 흐뭇한 미소가 지어다.


그렇다면 다음 날 찾아 간 다른 인스타 사진의 주인공은 어땠을까!




Bad

두 번째 사진의 주인공은 이 컷이다.

이 또한 내가 찍은 사진 한 장을 제대로 남길 수 있게 되었다.


제목에서 벌써 스포를 했듯이 여기는 기대이하였던 곳. 이 곳은 오히려 기대를많이 하고 갔건만 아무런 감흥이 없었던 건축물이다.

이후의 이야기는 매우 주관적이며 편파적인 감상후기가 될 예정.


이 박물관의 이름은

Confluences Museum

콩플루앙스 박물관


자연과학과 인류학 박물관이고 설계는 심지어 오스트리아의 세계적인 건축사무소 쿱 힘멜브라우에서 했다.




가는 법 : 트램 T1라인 박물관과 같은 이름의 MUSEE DES CONFLUENCES역이 건물 바로 앞에 있다. 이곳을 방문하게 된 계기도 트램만 타고 가면 어렵지 않게 갈 수 있어서였다. 리옹 지하철/트램 망 거미줄처럼 깔려 있어서 마음만 먹으면 가고 싶은 곳에 잘 찾아 갈 수 있었고 복잡한 역이 좀 있어서 헤매기도 했지만 쿄통망은 좋은 것 같았다. 생각보다 매우 크고 복잡한 도시였다.






콩플루앙스 박물관은 리옹의 젖줄인 론강과 손강이 만나는 지점, 그 삼각지의 꼭짓점에 위치해 있고 이 지역개발의 가장 주요한 사업으로 매우 전폭적인 지지로 지어진 건물라고 한다.




그런데 이곳에는 나에게 박물관만큼이나 흥미로운 경관이 하나 있었다. 일단 박물관을 지나쳐 이쁘게 조성되어 있는 공원을 따라 삼각지 끝으로 가보면 론강과 손강이 만나는 꼭짓점 땅이 나오는데 이 부분이 매우 특이했다. 둑을 쌓거나 턱을 만들어 강물과 구분한 게 아니라 땅의 끝을 저렇게 자연스럽게 꺼지게 해서 물속으로 들어가게 만들었다. 굉장히 흥미로운 부분이었. 아마도 상징적인 지점이라 의도된 계획인 것 같다.



일단 박물관의 외관은 사진에서 본 것처럼 무척 화려했다.

유리와 스테인리스 스틸로 이루어진 매스는 각종 건물 소개에 나와 있는 거처럼 크리스털과 클라우드 부분으로 확연히 나뉘어져 있었고 지붕과 벽체의 경계는 모호했고 커튼월 중간 부분에 유리 곡면이 하부로 빨려 들어간 모습과 스테인리스 스틸이 서로 만나 접히면서 형태를 이루는 모습들 꽤 흥미로웠다.

하지만 화려함만이 느껴졌을 뿐 별다른 감흥이 느껴지지 않았다. 사진에서 본 모습 그대로였다.

예상했던 딱 그대로.



상당히 복잡한 외관의 형태를 가지고 있었으나......



유리곡면이 내부의 홀로 빨려 들어간다.


스테인레스 스틸 패널은 서로 접히면서 만나는데 빛이 비치는 각도에 따라 색이 달라 보였다.



조금은 실망을 안고 내부 봐야 하니까 입장료 9유로(2017년 기준)를 내고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들어가자마자 정신없는(?) 홀부터 나타났다.

아까 보았던 빨려 들어간 유리 곡면이 이 공간 안으로 들어와 있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저 구조물 주위를 도는 연결다리를 걸어볼 수 있고 그렇게 걸으면서 주변 전망을 볼 수가 있는데 글쎄 나는 여기에서 더 흥미를 잃었다.

외부며 내부며 화려함을 자랑하고 있었지만 내 마음을 움직이지는 못했다.

대체 이런 쓸데없는 짓을 왜 한 거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전반적으로 너무 과. 하. 다...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나 이 정도로 화려할 수 있어! 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구조물 주위의 연결다리


연결다리를 지나며 바깥의 전망을 볼 수 있다.


전시실을 둘러보면서는 화까지 났다.

화려하고 과한 동선은 전시실간의 이동 동선과 박물관의 기능 어느 하나에도 연관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전시실이나 그 사이 공간은 너무나 평범했고 전시실 간의 동선은 툭툭 끊겨 전시를 보러 다니다 보면 맥이 쭉 빠지는 느낌이었다. 전시는 보는둥 마는둥 지하의 강당을 보고 싶었으나 열려 있지 않았다.

엄청난 지원을 받고 지어진 건물에 비해 활성화 돼있지 않은 느낌도 있었다.

간혹 단체로 온 학생들만이 있었을 뿐이다.


그래도 그렇지 내 마음에 좀 안들었다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사무소의 설계에 나는 왜 그리 화가 났던 것일까.

분명 건물 잘못 아니었을 게다.

그냥 내가 이런 건물에 취향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너무 혹평이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내가 무슨 비평가나 영향력 있는 사람도 아니고 내 취향에 아닌 거면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억지로 좋게 볼 필요는 없다는 생각과 함께!

잠시 화가 났던 기분을 가라앉히고 최상층에 있는 카페에 올라가니 새로운 전망에 조금 마음이 풀렸다.


아까 보았던 삼각지의 꼭지점을 정확하게 볼 수 있다.



사진 몇 개 올리지 않았지만 최상층에는 사방에 외부 전망대가 있어서 새로운 리옹 전망을 볼 수 있다.

아까의 그 삼각지 꼭짓점도 볼 수 있고 개발지역의 다른 멋진 건물들도 가까이에서 볼 수 있고 높이는 낮지만 리옹의 색다른 전망도 감상할 수 있다.

모두가 아는 푸르비에르 노트르담 성당 전망에 질렸다면 이곳의 전망을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론강과 손강이 만나는 의미 있는 지점도 한번 눈으로 확인해 보고 공원에서 좀 놀다가 박물관 구경도 하고 옥상 전망도 즐기고 즐길거리가 꽤 많은 곳이긴 하다. 입장료가 들긴 하지만 말이다.

그리고,

내 취향이 아니라서 그렇지 이런 디자인이 취향에 맞는 사람들이라면 건물에도 아주 만족할 수 있으니 여러 가지로 좋은 방문지가 될 수 있는 곳이다.

물론 여행을  수 있는 상황이 되어서 리옹에 올 수 있다면!


건물을 다 보고 마지막으로 나오면서 이 건물에서 그나마 유일하게 마음에 들었던 부분을 발견했다.

특별한 기능이 있는 곳은 아니었지만 해체적인 건물 형태가 만들어낸 자연스러운 필로티 공간.

스테인레스 스틸 패널과 잔잔한 물 그리고 은은한 조명이 어우러져 땅과 대화하고 있었다. 낮이었지만 어둑어둑한 필로티에 조명이 크게 한몫을 하면서 유일하게 마음에 드는 공간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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