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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남부에서 로마를 느끼다-2

프랑스 님/ 아를/ 아비뇽

by 몽파리

왜 프랑스 남부 도시에 로마의 유적이 있는 걸까...

그것부터가 의문이었던 님/ 아를/ 아비뇽의 삼각지대.

그 두번째 글을 이어 본다.


https://brunch.co.kr/@mongpari/28

당시(2017년)에 바로 블로그에 올렸던 여행 지도 스케치.

지금은 8년이나 지났으니 교통편은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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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을 베이스 도시로 잡고

<아를>과 <아비뇽>을 여행했던 이유는 이전 글 참조...

<아를>과 <아비뇽>을 먼저 당일치기로 다녀오고

하루를 온전히 <님>에 머물렀다.


님 Nimes


<님>이라는 글자에... 드립을 치고 싶지만 꾹 참고 이어가자면

<님>이라는 도시는 내 예상과 달리 엄청 현대적이고 큰 도시였다.

도착하자마자 내가 기대했던 분위기가 아니라 조금 실망했지만

기차역 근처에 잡은 에어비앤비의 첫인상이 좋아서 일단 만족.!

주인장이 같이 지내는 집의 방 하나를 빌리는 거였는데 주인장이 중년의 여자분이어서 안심이었고

내가 불어를 못하는데도 지내는내내 너무나 친절하게 잘 대해주셨고

방도 이쁜 데다 화장실 이용하기도 불편하지 않아서 꽤 흥미로운 경험이었고 만족스러웠다.

(이후로 프랑스 남부여행은 계속 에어비앤비의 방 하나를 빌려 여행을 다녔다.)


암튼 <님>을 베이스 도시로 잡고 다른 도시를 가려면 기차역을 거쳐야만 했는데

(기차를 타거나 기차역을 가로질러 버스를 타러 가야 했기 때문에...)

그 기차역에 있는 PAUL에서 매일 따끈한 빵과 커피로 하루를 시작했다.

여기서 너무나도 여유롭게 아침을 즐기고 하루를 시작했는데

나중에 다른 도시에서 PAUL 빵 하나 사 먹으려니 줄이 진짜 엄청나게 길더라...

진짜 행운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

기차역 자체가 굉장히 운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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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튼 <아를>과 <아비뇽>을 다 돌아보고 <님>이라는 도시를 즐기는 날.

고대 로마 원형경기장부터 갔다.

<아를>의 원형경기장은 도시도 아기자기한 게 왠지 로마유적이 있을법한 분위기였는데

<님>에서는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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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역에서 대로로 쭉 직진하면 작은 광장이 하나 나오고 바로 옆에 고대 로마 원형경기장이 보이는데

뭔가 이질감이 느껴지는 게

"로마유적이 왜 여기에 있지......"라는 느낌이 절로 드는 분위기였다.

주변 건물들도 오래되어 보이긴 했지만 도로가 넓고 시원시원한 도시여서 그런지

저 자리에 서있는 모습부터 아를의 원형경기장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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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를과 마찬가지로 로마에서 이미 콜로세움을 보고 온 사람들에게는 아무 감흥이 없을 수 있으나

세계에서 가장 잘 보존되어 있는 원형경기장 중 하나라는 말에 나는 기대가 있었다.


1세기말에 지어졌고 길이 133미터, 너비 101미터 타원형.

구조는 기둥과 아치 & 볼트 구조로 이루어져 있고 석재, 벽돌과 콘크리트를 사용.

콘크리트의 역사를 공부하다 보면 이미 로마시대에 콘크리트를 사용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석회와 자갈, 모래 + 화산재를 섞어 만든 로마 콘크리트 사용.


외부에서 봤을 때는 두개층 높이 밖에 되지 않아 크게 압도감은 없었다.

그런데 내부에 들어섰을 때

확실히 보존과 복원이 잘 되어 있어서 개인적으로 아를보다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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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하부층에서 한번 나가서 보고...중간층에서도 보고...

이 때까지는 그냥 보존이 잘 된 경기장이구나!...라고 생각했는데

원형경기장의 특성인 볼트 구조로 된 갤러리를 통과하며 차츰 상부로 올라가다 보면

바로 이 경기장의 백미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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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경기장의 특징은 관중석의 꼭대기 층을 걸어 다닐 수 있다는 점이다.

한바퀴를 온전히 걸어다닐 수 있다.

.

잘못하면 떨어질 수도 있는 아슬아슬한 무서움이 있는 꼭대기 층이지만 돌다보면 정말 색다른 느낌이 든다.

위에서 내려다 본 경기장은 훨씬 온전한 모습으로 인상깊었다.

지금도 스포츠 이벤트나 공연 등등 사용하고 있다는데 충분히 그럴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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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대기층을 걸어다닐 때의 이 느낌이 참 좋다...!

일단 이 도시는 고층 빌딩이 없구나.

솔직히 전망이 완전 끝내줘 완전 이뻐... 이런 건 아니었지만 잔잔한 도시의 느낌이 참 좋았다.

.

건너편 교회의 종탑이나 작은 언덕의 푸르름이 마치 원형경기장의 한 부분인 것처럼 보였고

고층 빌딩 하나 없는 확 트인 도시 전경은 로마 유적지 안에서 바라보는 하늘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주었다.

낮은 주변 건물의 주황색 지붕은 볼거리로 충분했다.

무엇보다 2천년이 넘는 건축물을 이렇게 구석구석 만지고 걸어 다닐 수 있다는 경험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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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메종 카레로 향한다. 가는 길에 작은 수제케잌 집에 들어가 커피와 파이를 먹었는데

그동안 내가 먹어본 파이 중 거의 최고라 할 수 있을 정도였...

암튼 점심 겸 간식을 먹고 사전지식이 없던 메종 카레로 향한다.


메종 카레

Maison carree

정말 단순하게 생긴 건물.

메종 카레가 사각형의 집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로마시대의 유적이라고 하니 눈에 불을 켜고 보았지만 너무 새건물처럼 보여서 진짠가? 의심이 갈 정도였다.

원형경기장에서 구입한 패스권으로 내부에서 영화(로마시대 당시 재연영화)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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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신전도 세계에서 가장 보존이 잘 된 로마 신전 중 하나라고 한다.

자세한 설명은 따로 찾아보면 알겠지만

전형적인 로마 신전의 평면과 구조형식에 코린트양식의 기둥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전면에 깊은 현관이 있고 디테일한 장식이 잘 표현되어 있는 신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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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내 눈에는 사진으로 찍어도 뭔가 이상하고 별로 감탄이란 게 안 나왔는데

왜 그런가 생각해 보니 뭔가 그리스 신전같은 이상적인 비례가 아니여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설명에는 매우 이상적인 비례라고 되어 있는데 다음에 그리스를 가게 된다면 한번 비교해 보고 싶은 마음이다.)

암튼 너무 새것처럼 보인 외관은 복원을 한 거긴 하지만 전체 건축물은 거의 이전 모습 그대로라고 한다.

.

가까이에서 보면 석회암의 질감이 너무나 잘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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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한 건 이 신전 바로 앞에 정확히는 신전 측면에...

카레 다르

Carré d'Art-Musée d'art contemporain

...라는 복합문화시설이 있는데 이 건물은 메종 카레로부터 영감을 받아 지었다고 한다.

거의 대칭의 형상으로 메종 카레의 구조를 철과 유리로 표현하여 지어졌는데

국제현상으로 당선된 노먼 포스터의 설계이다.

당시에 어찌나 아무 감흥도 없었는지 외관을 찍은 사진이 하나도 없다.

ㅎㅎ

(메종 카레를 찍은 사진에 정면이 보이기는 한다.)


그때는 누구 설계인지도 모르고 문화시설이니까 무조건 들어가서

일단 도서관의 책상을 사용하며 남은 하루를 보냈었는데 노먼 포스터 설계였더라고.

뭐 그 때문은 아니고 그 공간이 너무 좋아서 다음날 또 방문했다.

보통 현대미술관이라고 번역되어 있는데 미술관과 도서관이 함께 있는 복합문화시설이라고 볼 수 있는 건물이다.

다음날에도 정작 나는 메인으로 번역되는 미술관에 들어가지 않고

도서관의 책상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최상층의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었다.

이미 한번 도서관과 레스토랑에 관해서 글을 올린지라 길게 안 적지만...

https://brunch.co.kr/@mongpari/26


이 가성비 좋은 옥상 테라스에서의 식사는 탁월한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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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만 볼 수 있는 메종 카레의 모습...

이건 정말 유니크하고 소중하다.

프랑스 남부 미술관의 한 레스토랑에서 즐기는 로마 유적이라니

이런 색다른 경험을 언제 또 해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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