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몽랑의 책읽기 Apr 18. 2020

한국사회의 새로운 가버넌스 모델은 무엇일까?

주진형 인터뷰: 아이브매거진 (1)

신생 미디어 [아이브 매거진] 에 올라온 주진형 인터뷰. 너무 좋은 컨텐츠라 여러 번을 돌려 봤다.


https://www.youtube.com/watch?v=fZj279JzyNo



이 인터뷰를 통해 주진형에 대해 제대로 알게 되었다. 논리는 명확하고, 자신이 모르는 것에 대한 경계를 분명히 한다. 정확한 질문을 던지고, 자기가 이제까지 찾은 답은 여기까지라고 얘기한다. 


인터뷰어인 윤여준도 ‘합리적 보수’의 유연함을 제대로 보여준다. 이 정도 수준의 논의가 좀 더 자주 일어나면 좋을 듯.


인터뷰의 중심주제를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한국정치사회의 새로운 모델은 무엇일까?” 올해 내 개인적인 화두이다.



현재의 한국 정치사회시스템은 “무능한 관료제”이다.


윤여준과 주진형은 한국의 현재 가버넌스 시스템이 “변질된 관료주의”라는 것에 적극적으로 동의한다. 민주화 이전까지, 독재 (혹은 유사독재) 정권이 통제하던 엘리트 관료들이, 민주화 이후에 이익집단으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전히 사회의 주요한 결정은 이 관료들이 하고 있다.


> (주진형) 한국은…여전히 관료가 운영하는 나라에요. 그런데 그 관료를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정치적인 리더쉽을 우리가 민주화를 하면서 놓아버린 거죠. 그러니까 이 관료들이 전부 이방이 되어버렸어요. 관료에 대한 통제를 정치권이 못하고 있어요. 예전에는 독재정권이 압제를 하면서 관료를 컨트롤했지만, 지금은 그걸 못합니다. (27:30)


> (윤여준) 민주화시대에 맞는 방식으로 정부가 관료를 통솔할 수 있는 방법을 못 찾은 거지요…..(임명된 사람의 가신그룹이) 관료사회를 지휘할 능력이 없었던 것이죠. (29:15)


주진형은 이를 뒤죽박죽된 “프랑켄슈타인” 에 비유한다. (32:06). 덕지덕지 수정하다 보니 전체적인 균형이 깨진 상태.



한국은 아직 수평적인 가버넌스 시스템을 경험해보지 못했다.


문화적 측면에서, 대부분의 한국인은 자신의 삶에서 제대로 된 수평적인 가버넌스 시스템을 경험해보지 못했다. 재벌총수가 감옥에 가면 “그럼 한국은 어떻게 하나”라고 질문하고, 시골 어른들은 (자신들이 투표로 뽑은 군수가 임명한) 면장이 오면 ‘사또’ 에게 인사하러 밖에 나가 줄을 선다. 


> (주진형) 총수에 의한 전제적인 컨트롤을 하지 않고도 경쟁력이 강한 기업을 만들어나가는 가버넌스를 한국 사람들이 못 겪어봤다는 것이죠. (17:00)


주진형에 따르면, 테크노크라트의 역할을 무시하고 리더에게만 성공의 모든 공을 넘길 때, 한국사람은 “한국사회의 전반적인 역량에 대해 폄하하는 것”이다. 정확한 말.



한국이 독자정치모델을 만들 능력이 있는가?


전후 한국의 모델은 일본 모델의 철저한 따라하기였다. 정부주도경제-관료주의-정경유착 등으로 설명되는 일본의 경제모델은 한국 및 다른 아시아 개발도상국의 모범답안이었다. 윤여준은 일본-한국의 관료체제가 (서구사회에 이르기 전의) “후진적인 시스템” (32:00) 이라고 말하는데 나는 생각이 좀 다르다. 일본의 정치사회시스템은 아시아 문화권의 국가가 과학기술을 토대로 성장을 이루기에 매우 적합한 모델이다. 서구사회모델과 “다른 모델”일 뿐, 열등한 모델은 아니다.


그런데 한국사회가 일본사회와 가장 크게 다른 지점: 한국인들은 (관료주의 시스템에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수직적인 가버넌스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가진다는 것. 그리고 수직적인 가버넌스를 조직적인 저항으로 무너뜨리곤 한다는 것. 국민의 힘으로 민주주의를 성취한 나라는 몇 되지 않는다.


그런데 문제는 그 이후이다. 


> (윤여준) (세월호와 탄핵 촛불) 이후에…. 이걸 나라로 만들려면 뭘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관심이 없어요. 불만이 쌓이면 그걸 표출해서 권력을 바꾸긴 하는데, 그 이후는 관심이 없더라는 거죠. (26:00)


관심이 없다기보다,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는 것이 맞다. 한국은 현재 어느 아시아 국가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일본 이후의 모델”을 고민해야 할 지점에 와 있다.


주진형은 이 지점에서 조금 회의적인 듯 보인다. 아니, 자신은 그 답을 모른다는 것을 분명히 한다.


> (주진형) 과연 한국은 독자적인 국가통치모델을 만들 수가 있는 걸까, 그런생각을 해요. 중국이나 일본만 하더라도, 자기 안에서 자기만의 체제를 만들어내는 문화적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 한국을 그걸 가져본 적이 없죠…..(후발주자로서) 한국이 일본의 체제를 답습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는데, 앞으로 중국이 성장을 거듭하면 그 장력에서 얼마나 영향을 받을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해요. (32:52)


답을 모르지만, 그들이 확신하는 것: 그들은 수직적인 위계질서가 자연스럽지 않은 40대 이하 세대가 이에 대한 해답을 가져다 줄 것으로 믿는다. (23:45). 59년생 주진형과 39년생 윤여준, 인터뷰 내내 두 어른들의 유연함이 돋보인다.

작가의 이전글 시카고학파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