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적 통화정책에 대한 거장의 글들
확장적 통화정책의 시대이다. 2008년 금융위기-2010년대 초 유럽 재정위기가 사그라들면서 Fed와 ECB의 확장정책도 잠잠해지는가 했지만, 2020년 코로나 사태가 터져버렸다. 앞으로 저성장의 시기는 한동안 계속될 것 같은데, 통화정책의 미래는 어떻게 되는 것인지? 그리고 이 세계는 어떻게 영향받을 것인지?
경제학계의 거물들이 쓴 세 편의 짧은 칼럼들을 기록해본다.
[The new tools of monetary policy]
2005-2014년까지 Fed Chair를 역임한 버냉키의 글. 2008년 위기 때 앞장서서 양적완화를 주도한 사람답게, monetary expansion policy에 대한 강한 긍정론이 곳곳에서 보인다. 내가 이해한 바로, 버냉키는 monetary expansion policy를 기존 금리인하의 연장선상으로 인식한다. Fed의 추가적인 확장정책 (그리고 expectation setting 정책)이 3% 금리인하와 맞먹는 효과를 가져왔다는 연구결과가 그의 핵심메세지이다.
이 글의 마지막 문단이 지금 50년의 통화정책의 역사, 그리고 앞으로 나가야 할 방향을 제대로 요약한다.
> In the last decades of the twenteeth century, the principal challenges for monetary policy makers were high inflation and unstable inflation expectations. Fed chairs Paul Volcker and Alan Greenspan won that war, bringing inflation down to low levels and anchoring inflation expectations. Benign inflation in turn promoted economic growth and stability, in part by giving policy makers more scope to respond to fluctuations in employment and output without worrying about stoking high inflation.
We have come almost full circle: In a world in which low nominal neutral rates threaten the capacity of central banks to respond to recessions, low inflation can be dangerous. Consistent with their declared “symmetric” inflation targets, the Federal Reserve and other central banks should defend against inflation that is too low as least as vigorously as they resist inflation that is modestly too high. Although the new monetary tool have proved their worth and can be made more effective in the future, keeping inflation and inflation expectations close to target is critically important for preserving or increasing available policy space.
나의 질문: 지난 10년간 시중에 유통되는 달러의 양은 거의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렇게 통화량이 증가하는데, 인플레이션은 왜 발생하지 않는가? Quantity theory of money가 들어맞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The Euro Area Is Not (Yet) Ready for Helicopter Money | PIIE]
이러한 확장적 통화정책에 대한 비판 중 하나는, 자산가격의 증가로 인한 불평등확대이다. Fed가 돈을 풀어 장기국채를 사고 (양적완화), 더 나아가 위기에 놓인 회사채나 심지어 주식을 사는 (질적완화) 정책은 결과적으로 자산의 가치를 상대적으로 높혀주게 된다. 2010년 이후 미국 주식시장이 대표적인 예.
이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되는 것이 바로 “헬리콥터 머니”이다. Fed가 장기국채나 회사채 대신 미국 국민들에게 (헬리콥터로 뿌리듯이) 돈을 나눠준다면? 언뜻 보면 비현실적이지만, 사실은 확장적 재정정책 + 확장적 통화정책 으로 간단히 설명된다. 이번 코로나 사태때 지급한 재난지원금은 정부에서 나온 것이지만 (따라서 통화정책 없는 확장적 재정정책임), 정부 대신 한국은행이 지원금을 지급하면 헬리콥터 머니가 된다.
Blanchard와 Pisani-Ferry는 이 산뜻해보이는 아이디어에 딱히 손을 들어주지 않는다. 정확하게 이해는 못 했지만, 이 둘은 헬리콥터 머니보다 정부가 빚을 지는 확장적 재정정책이 인플레이션을 막기에 더 효과적이라고 주장한다.
> This analysis suggests that the general case for helicopter money is weak. In the United States, there is room to use both monetary and fiscal policies and to do ti with the proper mix. In the euro area, where there is little room to use monetary policy, the action should concentrate on fiscal policy, Whether it is financed by bonds or by money makes little economic difference, unless one accepts high inflation down the road.
하지만 유로지역의 특성상 (재정정책의 주체는 분리되어있으나, 통화정책의 주체는 통합되어있는) 헬리콥터 머니가 유용할 것이라는 주장에도 저자들은 쉽게 고개를 끄덕이지 않는다. 가장 큰 걸림돌은 통화정책을 통합하면서 합의했던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의 완벽한 분리”를 헬리콥터 머니가 어기는 것이고, 따라서 이에 반발하는 국가들을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
> Could there be circumstances where the lance of risks and rewards shifts and the ECB proceeds with helicopter money? We believe it is unlikely. If there were to be a deep recession, it would most likely trigger the escape clauses in the fiscal rules, making helicopter money redundant. If instead there were to be a shallow recession or a prolonged slump, either one insufficient to elicit a fiscal reaction, it is unlikely that the ECB would be willing to cross the Rubicon. And if there is no recession, there is no clear need for helicopter money. This makes us skeptical that we shall see helicopter money in the euro area any time soon.
나의 질문: 헬리콥터 머니든, QE이든, 결국 장기적으로는 자산가격의 상승에 기여하지 않을까? 돈을 일반 국민에게 직접 뿌려주는 시나리오를 생각해보자. 모든 재화의 수요가 올라간다. 일반 상품은 수요에 맞추어 공급이 증가하겠지만 (공급탄력성이 높으니), 자산이나 부동산은 공급탄력성이 낮아서, 가격의 증가폭이 더 클 것이다.
물론 단기적인, 예상하지 못했던 직접재정정책은 원하는 효과를 일정부분 달성할 수 있을 것 같다. 대표적인 예로 이번 한국의 코로나 재난지원금. 일단 소상공인 경제에 돈이 퍼지는 느낌이다. 자세한 것은 데이터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https://scholar.harvard.edu/files/mankiw/files/skeptics_guide_to_modern_monetary_theory.pdf
이 “헬리콥터 머니”와 관련한 급진적인 주장을 펴는 학계가 최근에 생겼는데, 바로 현대화폐이론(Modern monetary theory)이다. MMT의 특이한 점은, (이름과는 다르게) 주류경제학자들이 전혀 지지하지 않는 이론인데, (Sanders, AOC등의) 정치인들이 지지를 하면서 대중적으로 알려진 경제이론이라는 것. 이들의 주장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중앙은행이 돈을 아무리 뿌려도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니 마음놓고 헬리콥터 머니를 뿌려라”이다. 위에 써 놓은 나의 첫 번째 질문 (“Quantity theory of money가 들어맞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에 대한 이들의 대답은 명확하다. Quantity theory of money는 틀린 이론이다!
그레고리 맨큐는 이 글에서 MMT를 주류경제학자의 시선으로 “이해”하려고 최대한의 노력을 한다 (이 글의 제목: A Skeptic’s Guide to MMT). 그 결과, 맨큐는 예상 밖으로 MMT의 기본 가정들이 주류경제학의 지난 이론들과 겹치는 지점을 발견한다. 예를 들어, 돈을 풀어도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그들의 논지는 friction을 중시하는 New Keynesian Theory와 닮은 부분이 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MMT학자들은 몇몇 가정을 끝까지 몰고 가서, “인플레이션 걱정을 할 필요가 전혀 없다”는 극단적인 결론에 도달한다.
> In the end, my study of MMT led me to find some common ground with its proponents without drawing all the radical inferences they do. I agree that the government can always print money to pay its bills. But that fact does not free the government from its intertemporal budget constraint. I agree that the economy normally operates with excess capacity, in the sense that the economy’s output often falls short of its optimum. But that conclusion does not mean that policymakers only rarely need to worry about inflationary pressures. I agree that, in a world of pervasive market power, government price setting might improve private price setting as a matter of economic theory. But that deduction does not imply that actual governments in actual economies can increase welfare by inserting themselves extensively in the price-setting process.
Put simply, MMT contains some kernels of truth, but its most novel policy prescriptions do not follow cogently from its premises.
나의 질문: 어찌 보면, Quantity theory of money나 MMT 둘 다 양 극단에서 단순하게 세상을 바라보는 이론일지도 모른다. 둘 다 하나의 benchmark일 뿐, 실제 결과는 더 복잡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QTM이 MMT보다는 현실을 더 근접하게 설명하지 않을까 하는 게 나의 가설이다. 이 가설을 테스트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