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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랑의 책읽기 Jun 07. 2020

그들은 우리와 같은가

영화 <Us>

조던 필의 두번째 공포영화. <Get Out>에 이어 이번에도 관객을 실망시키지 않는다. 나는 심약하여 공포영화는 웬만해선 안 보는 편인데, 조던 필 작품만은 앞으로도 어쩔 수 없이 봐야할 것 같다. 주말 한낮에 커튼 열어놓고 보면 견딜 만 하다. :)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Us>의 극적 장치들은 어쩔 수 없이 <기생충>을 연상시킨다. 지하실 (이 영화에서는 지하세계), 그 곳에 있는 또 다른 사람들, 땅 위에 사는 사람들과 땅 밑에 사는 사람들의 비극적 만남. 계급상징들이 퍼즐처럼 영화 곳곳에 얽혀있는 <기생충>과 비교해서, (내가 잘 읽어내지 못했을 지도 모르지만) <Us>의 상징들은 덜 정교하다. 하지만, 강력한 상징 하나가 <Us>를 쉽게 잊혀지기 힘든 영화로 만든다.


“그들이 우리와 똑같다”.


똑같은 사람이다. 단지 누구는 위에서, 누구는 밑에서 태어났을 뿐이다. 하지만 지상과 지하의 세계는 너무나도 달라서, 한날 한시에 똑같이 태어난 사람들을 낯설게 만든다. “똑같은” 사람이 말을 하지 못한다. 얼굴에는 증오와 살기가 가득하다. 땅 위 사람들이 보기에는 문화와 교양이 없을 것이다. ADHD를 겪는 땅 위의 아이는 좋은 치료를 받아 정상적 삶을 살지만, “똑같은” 땅 밑 아이는 괴물이 된다. 영화 마지막의 반전은 이 똑같음의 의미를 다시 한 번 관객들에게 강조한다.


장르 자체가 주는 메세지가 있다. <Us>는 공포영화이다. 낯선 이들이 나와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는 것이, 땅 위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공포스럽다. 평생토록 (<기생충>의 박사장이 원했던 것처럼) “선을 넘지 않고” 살아왔던 두 개의 다른 집단이 갑자기 만나게 되는 광경은 괴기하다. 


태초부터 “공포”라는 감정은 생명체가 생존할 수 있는 필수조건이었다. 하지만 진화게임에서 지구를 완전히 정복한 21세기 인류의 다음 과제는, 자신들의 진화에 도움을 준 이 원초적 감정이 가지는 한계를 극복하는 것이다. 일견 단순하고 깨끗해보이는 시장과 자본주의는 이 공포를 숨겨놓을 뿐, 갈등은 언젠가는 터지고 만다. George Floyd가 카메라 앞에서 어처구니없는 죽음을 당하고, 이 날 것의 부조리와, 공포와 어쩔 수 없이 조우해야 하는 순간이 다시 한 번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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