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distractable], Nir Eyal
전작 [훅Hooked]로 유명세를 얻은 Nir Eyal의 두 번째 책. [Hooked]는 '소비자들의 습관을 변화시킬 수 있는 상품 만들기'를 다루어 실리콘 밸리 기업들의 필독서가 되었는데, 이 책은 distraction을 막기 위해 개인이나 조직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다루었다. “병 주고 약 주고”에서 [Hooked]가 ‘병’이라면, 이 책은 ‘약’ 파트인 셈. 아직 이 책은 번역이 안 된 것 같은데, 이 정도의 책이라면 이미 계약은 되었을 것이고, 조만간 한국판이 나올 것 같다.
Distraction management는 성인이 된 이후로 항상 고민해 온 주제이고, 앞으로도 아마 평생토록 거쳐야 할 싸움이 아닐까 한다. 그런데 이 책의 앞 부분, internal trigger에 관한 얘기를 읽으니, distraction과의 전쟁에 필요한 이론의 “마지막 퍼즐조각”이 맞추어진 느낌.
이 책의 나머지 부분은 나에게 많이 새롭지는 않았다. 여기서는 internal trigger에 관한 첫 부분 (Part 1&2) 을 중점적으로 기록해보자.
디지털 시대에 사람들의 집중력이 떨어진다는 뉴스들을 보면, 핸드폰이나 인터넷은 현대인들의 주적인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하지만 핸드폰 이전에는 TV가 “바보상자”라며 온갖 비난을 받았고, 심지어 소크라테스는 “문자”를 우리의 정신을 산만하게 하는 것이라 여겨 싫어했다 (p.12). 핸드폰을 없애기만 한다면, 우리의 마음은 또 다른 distraction을 찾아 헤멜 것이다. Distraction을 갈구하는 어떤 근본적, 내면의 원인 (internal trigger) 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Nir Eyal은 이 근본적 원인이 바로 우리 안의 “고통”이라고 주장한다.
> For hundreds of years, we’ve believed that motivation is driven by reward and punishment…..The reality, however, is that motivation has much less to do with pleasure than was once thought. Even when we think we’re seeking pleasure, we’re actually driven by the desire to free ourselves from the pain of wanting. Epicurus, the ancient Greek philosopher, said it best: “By pleasure, we mean the absence of pain in the body and of trouble in the soul.” Simply put, the drive to relieve discomfort is the root cause of all our behavior, while everything else is a proximate cause. (pp. 21-22)
“고통”. 명상수련을 하다보면 계속 듣게 되는 화두이다. 이 책에서는 명상Meditation에 관한 언급은 전혀 없다. 하지만 저자가 internal trigger를 대하는 방법들은 마음챙김명상mindfulness meditation 수행자들의 태도와 매우 비슷하다.
올 봄부터 명상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코끼리 앱에서 듣는 혜민스님의 매일명상은 나같은 초보자가 명상을 지속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명상을 하면서 “우리가 보고 느끼는 것은 세상이 아니라, 세상에 대한 우리의 반응”이라는 사실을 계속 깨닫고 있다. 그런데 저자의 이 문장은 무릎을 탁 치게 만들었다.
Distraction, it turns out, isn’t about the distraction itself; rather, it’s about how we respond to it. (p. 23)
이 통찰을 바탕으로 저자는 “시간관리(Time management) 가 곧 고통관리(Pain management)” (p. 27) 라는 재미있는 주장을 한다. 언뜻 보기에 무슨 말인가 싶지만, 조금만 생각하면 간단하다. 시간관리의 가장 큰 목적은 distraction을 줄이는 것이다. 그런데 distraction은 외부에서 오는 게 아니라, 우리 몸 내부에서 온다. 우리는 항상 불만족과 고통을 느끼면서 사는데, distraction은 그 고통스러운 현실로부터 (건강하지 못한 방법으로) 도피하려는 행위이다 (p. 24). 결과적으로, 몸 안의 고통을 관리해야 시간을 관리할 수 있다.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이 책은 나에게 mindfulness와 효율적, 생산적인 삶 사이의 직접적인 연결고리가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깨닫게 해 주었다. 명상을 “마음 비우기” 정도로만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거의 정반대의 메세지일 것이다.
As the eighteenth-century poet Samuel Johnson said, “My life is one long escape from myself.” (p. 28)
이 책에서 얻은 또 하나의 “기분좋은” 통찰: 인간은 기본적으로 불행하다. 인간이 불행하다는데 왜 기분이 좋냐면,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에. :)
코끼리 앱 매일명상이 끝날 때마다 혜민스님이 한 마디씩 던져주시는데, 얼마 전에는 “명상을 하다보면 우리 몸이 항상 어딘가 아픈 것을 깨닫게 된다”는 말씀이 기억에 남았다. 그런데 이 책은 혜민스님의 이 말을 과학적 증거와 진화론적 논증으로 구체화시킨다.
> As is the case with all human behavior, distraction is just another way our brains attempt to deal with pain. If we accept this fact, it makes sense that the only way to handle distraction is by learning to handle discomfort. (p. 27)
인간 내면의 심리학적 고통은 여러 경향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인간은 특별한 활동이 없으면 심심해하고 (boredom), 행복한 일보다 불행한 일을 훨씬 잘 기억하며 (negativity-bias), 나쁜 경험을 반복해서 떠올리고 (rumination), 크게 좋은 일이 생겨도 곧 평소 감정상태로 돌아온다 (hedonic adaptation). 이 모든 경향은 인간이 진화게임에서 생존하는 데에 도움을 주었지만, 그 댓가로 우리의 삶을 고통스럽게 만들었다.
이 중 나를 가장 잘 설명하는 단어는 rumination이다. 개인적으로는 나의 20대를 정의하는 학술용어를 발견한 느낌이었다. 심리학자와 뇌과학자들에게 감사할 따름.
> The third factor is rumination, our tendency to keep thinking about bad experiences. If you’ve ever chewed over something in your mind that you did, or that someone did to you, or over something that you don’t have but wanted, over and over again, seemingly unable to stop thinking about it, you’ve experienced what psychologists call rumination. This “passive comparison of one’s current situation with some unachieved standard” can manifest in self-critical thoughts such as, “Why can’t I handle things better?” (p. 29)
그러면 내면의 고통을 다스리는 해결책은? 이 고통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Distraction 자체에 집중하지 말고, 이를 일으키는 “불편한” 감정에 집중하고 이를 기억하라는 것이다. 이는 mindfulness meditation의 방법과 그대로 일치한다.
> STEP 1: LOOK FOR THE DISCOMFORT THAT PRECEDES THE DISTRACTION, FOCUSING IN ON THE INTERNAL TRIGGER (p. 37)
> STEP 2: WRITE YOUR DISCOMFORT (p.37)
> STEP 3: EXPLORE YOUR SENSATIONS
Bricker recommends getting curious about that sensation. For example, do your fingers twitch when you’re about to be distracted? Do you get a flurry of butterflies in your stomach when you think about work when you’re with your kids? What does it feel like when the feelings crest and then subside? Bricker encourages staying with the feeling before acting on the impulse. (p. 38)
작업에 따르는 “지루함”에 대해서, 저자는 그 작업에 숨겨진 요소들을 호기심있게 관찰해 나가라는 주문을 한다. 같은 작업을 해도 일보다 취미로 하는 것이 더 재미있는 이유는, 남에게 강요받지 않고 온전히 호기심만으로 그 행동을 하기 때문일 것이다. 아버지가 항상 얘기하셨던 “컴퓨터 게임을 할 필요가 없다. 공부가 바로 가장 복잡한 게임 아니냐” 란 말씀이 생각난다.
> To use a popular aphorism, “The cure for boredom is curiosity. There is no cure for curiosity.” Today, I write for the fun of it. Of course, it’s also my profession, but by finding the fun I’m able to do my work without getting as distracted as I once did. Fun is looking for the variability in something other people don’t notice. It’s breaking through the boredom and monotony to discover its hidden beauty. (p. 43)
마지막으로, 우리가 일반적으로 믿고 있는 Willpower theory에 대해서도, 저자는 이를 반박하는 실험결과들을 제시한다. 저자의 결론: 자기 자신에 대한 perception을 변화시키는 것만으로도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다. 우리가 willpower가 많은 사람이라고 인식하면, 바로 그러한 사람이 된다.
> Reimagining our temperament can help us manage our internal triggers.
We don’t run out of willpower. Believing we do makes us less likely to accomplish our goals by providing a rationale to quit when we could otherwise persist.
What we say to ourselves matters. Labeling yourself as having poor self-control is self-defeating.
Practice self-compassion. Talk to yourself the way you’d talk to a friend. People who are more self-compassionate are more resilient. (p. 50)
(이 책에서는 명상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이제 막 시작한 명상에 대해 강한 확신을 준 책이 되었다. 앞으로 나에게 운동과 명상은 distraction과의 싸움에 가장 큰 무기가 될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