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경제학] 새뮤얼 보울스 (3/4)
[도덕경제학] 리뷰:
(1/4) 경제학자들은 언제부터 도덕을 무시하게 되었는가?
(2/4) 물질적 인센티브가 평범한 사람들을 악인으로 만들 수 있다
(3/4) 상을 주는 것이 사람들의 의욕을 저하시킬 수 있다
(4/4) 사람들의 행동은 프로그램화할 수 없다
[도덕경제학] 리뷰 세 번째. 지난 편에서,
(1) 사람들은 마냥 이기적이지만은 않고, 사회적 고려를 가지고 있다.
(2) 금전적인 인센티브로 사람들을 유도하는 경우, 이 인센티브가 사회적 고려를 변화시킬 수 있다. (즉, 사람들을 이기적으로 만들 수 있다) 고 했다.
오늘은 이 (2)번 고리에 대해 더 자세히 써보자. 언제, 어떻게 인센티브가 사회적 고려를 변화시키는가?
경제학에서 항상 하는 얘기가 있다. “가격은 메세지이다”. 시장의 가격 (과 가격의 변동) 은 구매자가 지금 소비를 늘려야 할 지, 판매자가 공장 문을 닫아야 할 지의 정보를 끊임없이 전달한다.
금전적 인센티브도 일종의 가격이다. 사람들은 단순히 벌금에 반응하는 것이 아니다. 정부나 회사가 “벌금을 부과하는 행위” 자체가 메세지가 된다. 그런데 이 메세지는 상황과 맥락에 따라 그 메세지를 받는 사람들을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이끌기도 한다.
> 하이에크는 가격을 메시지로 해석할 것을 주장한 사람이다….인센티브도 일종의 가격이다. 하이파의 정책 당국이 아리스토텔레스적 입법자와 상의했더라면, 놀이방에서 아이를 늦게 데려가는 부모에 대한 벌금이 주는 메시지는 아마도 이런 것이었을 수도 있다. “늦게 오시는 바람에 놀이방 선생님들에게 비용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제때 오시도록 조금만 더 노력해주십시오.” 하지만 빵 가격이 적어도 대략적으로나마 제대로 된 정보를 전달해주는 것과 달리, 하이파 부모들의 지각에 부과된 가격은 부모들로 하여금 지각을 ‘줄이는’ 방향과 반대로 움직이게 하는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했다. (4장)
> Mark Lepper 연구팀은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손에 잡히는 보상을 사용한다는 것은 다중의 사회적 의미를 갖는다. 매일매일 일상에서 보상을 받을 때 우리는 그것이 보너스인지 뇌물인지, 성과 인센티브인지 급료의 일부인지를 구별한다. (…) 물질적 보상은 이를테면 (1) 어떤 조건과 상황에서 제공되는지, (2) 보상을 주는 사람이 어떤 동기로 제공하는지, (3) 보상을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관계가 어떤지에 따라 다른 의미를 전달한다.” (…) [이런] 전보는 인센티브를 받는 사람의 사회적 선호에 영향을 줄 수 있다. (4장)
그렇다면, 인센티브가 전달하는 메세지가 “잘못 읽히는” 경우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사뮤얼 보울스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메카니즘을 제시한다.
금전적 인센티브가 “불쾌한 소식”을 전달하는 경우가 있다. 나는 알아서 사회적으로 잘 행동하려고 했는데, “이 사람이 나를 못 믿나?”하는 메세지로 읽히는 경우이다.
독일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신뢰 게임 (Fehr and Rockenbach, 2003) 을 예로 들어 보자. 학생들은 ‘투자자’와 ‘수탁자’로 나뉜다. 투자자는 수탁자에게 얼마나 금액을 줄 것인지 결정한다. 수탁자에게 준 돈은 세 배로 불어나고, 수탁자는 그 중에 얼마를 다시 투자자에게 돌려줄 것인지를 결정한다. 둘 사이에 신뢰가 강하다면 투자자는 전액을 수탁자에게 줄 것이고, 수탁자 역시 많은 금액을 돌려줄 것이다. 반대로 신뢰도가 전혀 없다면 투자자는 한 푼도 주지 않을 것이다.
연구자들은 이 신뢰 게임을 다음 두 가지 조건에서 진행하였다.
(a) 위의 게임 이외에 아무런 추가적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
(b) 투자자가 수탁자에게 돌려받고 싶어하는 희망액을 밝히고, (이보다 적게 돌려줄 경우) 벌금을 부과할지를 선택한다. 수탁자는 벌금부과여부를 볼 수 있다.
(b)의 경우, 투자자가 벌금을 부과할 때와 부과하지 않을 때, 언제 더 돈을 더 많이 돌려받을 수 있을까? 결과는 재미있다.
> 벌금 부과 권리가 있을 때 이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투자자들은 전체의 3분의 1에 불과했다. 그런데 이들의 보수는 벌금 부과 권리를 실제로 사용한 투자자들에 비해 50퍼센트 높았다. (4장)
인센티브가 주인이 악의적 의도를 갖고 있거나 대리인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불쾌한 소식을 전달해주는 신호로 기능할 때, 몰아냄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두 번째 메커니즘은 “도덕적 거리두기”이다. 도덕적 거리두기란 “사람들이 자신들의 윤리적 스위치를 필요에 따라 켰다 껐다 할 수 있기 때문에” 나타난다 (4장). 이는 경제학보다는 심리학적 현상에 더 가깝다.
맥락적 단서는 미묘한 방법으로 작동한다. 실험실 밝기를 줄였더니, 혹은 선글라스를 쓰게 했더니 커닝을 시도하는 사람이 갑자기 늘었다는 연구결과 (4장) 는 인간이 “잘 안 보이는 것”을 “익명성”과 연관시킨다는 것을 보여준다. 중요한 건, 자신이 그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다는 것.
금전적 인센티브를 줄 때 맥락을 살짝 바꾼다면? 저자는 “최후통첩”게임을 “교환”게임을 바꿔서 부르는 것만으로 사람들을 더 이기적으로 만든다는 결과를 소개한다 (4장). 또한 유명한 Fehr의 “제3자 처벌게임” 를 15개국에서 실험해봤더니, 종교성이 강한 집단에서는 오히려 처벌을 할 때 적은 액수의 돈이 전달되었다! “돈으로 처벌”한다는 것이 상황에 대한 프레이밍을 서로 다르게 전달한다는 사실.
> 도덕적 거리두기를 보여주는 증거들은 아리스토텔레스적 입법자가 취할 수 있는 수단이 엄청나게 많다는 것을 알려준다. 이제 입법자는 래퍼 연구팀이 말했듯 물질적 보상이 ‘뇌물로도 혹은 보너스로도’ 프레이밍될 수 있고, ‘성과 인센티브로도 혹은 급료의 일부로도’ 프레이밍될 수 있음을 알게 됐다. 우리는 여기에다 물질적 보상이 때로는 ‘상으로, 벌금으로 혹은 징계로’ 프레이밍될 수 있다는 점을 추가할 수 있다. 아리스토텔레스적 입법자는 사회적 교류를 위한 도덕적 프레임을 구성하거나 억제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음을 알게 될 것이다. (4장)
마지막으로, 통제 기피: “사람들은 인센티브가 자신들을 통제하려는 의도에서 도입되었다는 게 분명할 때, 그러한 인센티브의 정치적 본질에 대해 부정적으로 반응한다는 것이다”. (4장) 미술에 취미를 막 붙인 아이에게 "너 이 그림을 그려서 상을 받고 싶니?" 라고 물은 다음 실제로 상을 주면, 아이의 미술에 대한 흥미가 떨어진다는 연구결과 (4장). 자신이 통제받는다는 느낌이 어떤 행동의 본질적인 동기를 해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