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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랑의 책읽기 Jul 20. 2020

사람들의 행동은 프로그램화할 수 없다

[도덕경제학], 새뮤얼 보울스 (4/4)



[도덕경제학] 리뷰:

(1/4) 경제학자들은 언제부터 도덕을 무시하게 되었는가?

(2/4) 물질적 인센티브가 평범한 사람들을 악인으로 만들 수 있다
(3/4) 상을 주는 것이 사람들의 의욕을 저하시킬 수 있다

(4/4) 사람들의 행동은 프로그램화할 수 없다


상을 주는 것이 사람들의 의욕을 저하시킬 수 있다상을 주는 것이 사람들의 의욕을 저하시킬 수 


[도덕경제학] 마지막 기록. 이 책의 핵심 메세지인 “금전적 인센티브가 오히려 사람들을 이기적으로 만들어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를 이해하면, 이제 다음 질문이 생긴다: 


“그러면 정부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오늘은 이 부분을 정리하면서 내 생각도 조금 보태도록 하겠다.



“복지정책이 경제적으로도 도움이 된다”는 설득은 별 효과가 없다.


첫 번째 레슨은 현재 한국 진보진영 사람들에게 직접적으로 와 닿을 것이다. 진보진영의 영원한 과제 중 하나는 대중들에게 각종 복지정책의 필요성을 인식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자주 쓰이는 전략은 “사실 복지정책이 경제발전에도 좋은 것이에요”를 강조하는 것이다. 복지정책이 사실은 너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데 왜 반대를 하느냐, 이런 논지이다. 그런데 사뮤엘 보울스는 이 전략의 실효성에 대해 우려한다.


> 예를 하나 들어보자. 세금을 통한 소득재분배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종종 이런 프로그램이 중산층에게는 직접적인 혜택을 주지는 않지만 일종의 보험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소득재분배정책을 이런 식으로 프레이밍하는 이유는 사람들이 이기적이어서 재분배에 반대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하지만] 여러 나라들에서 사람들이 소득재분배 정책에 반대하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기적이어서가 아니라 윤리적인 이유에서다. 이들의 반대는 가난한 사람들이 그런 혜택을 받을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라는 믿음에 기반한다. (7장)


더 정확하게 말해서, “이기심에 호소”하는 전략은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역효과를 초래한다.


1. 이기심에 호소하면 사람들이 특정 정책을 지지하게 만드는 데에 사회적 선호를 이용할 수 없다.

2. 이기심에 호소하면 유권자들은 “그래서 내가 얻는 게 뭐냐?” 하는 질문을 던지기 마련이고, 유권자들이 윤리적, 사회적 고려를 덜 하게 만드는 효과를 낸다. (도덕적 거리두기)


그런데,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진보진영에게 남은 전략은 무엇인가? 


’도덕기반이론’의 ‘동정심’ 기반을 이용하는 방법—다시 말해서 “이 불쌍한 사람들을 도와주어야 하지 않겠어요?”—밖에 없는 것인가? 나는 이 전략에도 반대한다. 결국 이 전략 역시 상대방의 본능을 이용하는 것이고, 이런 경우 “어떤 것이 좀 더 효율적 정책인가”하는 깊은 논의를 방해한다. 피터 싱어의 [효율적 이타주의자] 에서 나왔던 얘기이다.


결국 방법은, 사람들에게 데이터와 불확실성에 대한 정확한 직관을 길러주는 것 밖에 없지 않을까. 예를 들어, 계급의 저 밑바닥으로 밀려난 사람들에게 불운이 얼마나 크게 작용했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능력.  




정책을 결정하는 "가버넌스"가 사람들의 행동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이 책의 가장 큰 메세지는 “인센티브 정책의 단순한 도입만으로는 원하는 결과를 도출해낼 수 없다” 이다. 메커니즘 디자이너들을 비롯한 경제학자들은 “인간의 행동을 프로그래밍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복잡한 코드를 짜놓으면, 사람들은 (근접하게라도) 코드를 짠 사람이 원하는 행동을 한다. 만약 사람들이 예상했던 대로 행동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우리의 코드가 아직 정밀하지 않은 탓이다. 


하지만 수많은 경제학자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코드는 아직까지 원하는 결과를 내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종종 그들의 코드는 오히려 더 큰 위기를 불러오기도 한다. 기본적 가정을 다시 생각해야 할 때이다. 


첫 번째 시작점은 “가버넌스가 중요하다”를 인식하는 것. 인간들은 프로그램의 내용 뿐 아니라, “프로그램을 짠 사람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있는지” 혹은 “프로그램을 만드는 과정에서 어떤 사회적 합의가 있었는지” 등의 여부에 관심을 기울인다. 다음과 같은 예에서 이를 볼 수 있다. 


> [하이파 어린이집의 예와는 반대로] 아일랜드 비닐봉투세의 경우 오랜 기간 공적인 숙의 과정을 거쳤다. 또한 비닐이 환경 훼손에 미치는 영향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효과적인 공공켐페인이 선행되었다. 어린이집에서 지각은 가끔 어쩔 수 없이 일어나는 일로 여겨지는 것과 달리, 비닐봉투 사용은 쇼핑객의 의도적이면서도 매우 공개적인 행위다. 아일랜드의 비닐봉투세는 금전적 인센티브가 명시적으로 사회적 의무라는 메시지와 결합되었고, 비닐봉투를 사용하고 처분할 때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을 더 분명하게 인식할 수 있게 했다. 하이파의 벌금 부과가 ‘돈만 내면 지각해도 괜찮다’는 식의 메시지를 전달했다면, 아일랜드의 비닐봉투세가 전달한 메시지는 ‘에메랄드 섬을 쓰레기로 뒤덮지 마!’였다고 할 수 있다. (7장)



사회 전체의 이데올로기 논쟁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사무얼 보울스의 통찰은 단일 정책 뿐 아니라 사회 전반의 이데올로기 논쟁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복지 정책을 예로 들어보자. 우파 보수주의자들이 전면적 복지 정책을 반대하는 대표적 이유는 “복지가 확대되면 일할 의욕이 떨어진다”이다. [도덕경제학]에 의하면 이러한 논지에 깔려있는 가정은 ‘사람들은 금전적 인센티브에만 반응한다’이다. 그런데 만약 사회의 이데올로기가 개인들의 “사회적 선호”를 이끌어낸다면? 극단적으로, 모든 사람들이 직업유무에 관계없이 같은 소득을 받는 사회에서는 사람들이 ‘전혀’ 일을 하지 않으려 할까? 직업으로 인해 이 사회에 어떤 공헌을 할 수 있다는 동기는 우리 모두에게 있다. 다만 내가 원하지 않는 장시간 근로에, ‘일을 해야만 소득이 생긴다’라는 현재 사회 시스템이 우리를 좀 더 이기적으로 만들 뿐이다. 


물론 금전적 인센티브를 전혀 없애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하지만 좀 더 강한 결과평등정책을 추진하면서, “이기심”과 “사회적 선호”가 서로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는 (경제학 용어로 보완재가 되는) 사회 문화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있고, 이를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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