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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ㄹim Aug 08. 2018

슈가  휴가 。






마감 하나를 마치고 나니 새벽 세 시. 

내일을 위해서는 어서 잠자리에 드는 게 좋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어쩐지 이대로 잠들기엔 뭔가 억울하다! 하는 보상 심보가 풍선맹키로 급격히 부풀어 올라버렸다.




에라 모르겠다. 


총총총 부엌으로 달려 가 냉장고 문을 열어젖혀버렸.  으나 



눈에 보이는 거라곤


겨울부터 (있는 줄도 모르고) 쟁여놓은 캔맥주 한 캔과  


숟가락을 앙 물고 있는 개구리 수박 반통... 


잠시 절망했지만 그나마 이거라도 어디냐 싶어 몽땅 꺼내와 바닥에 쪼르르 진열했다
. 그리곤 


노트북 앞에 엎드려 애정 하는 시트콤을 클릭.



미국식 해학과 풍자와 적나라함과 유머러스함으로 점철된 프렌즈, 그 중에서도 시즌5는


 보고 보고 또 보아도 언제나 좋다. 이제는 거의 대사까지 외울 지경인


장면들을 보며 낄낄거리던 중. 


득.


생뚱맞게도 이런 생각이 들었다.  



' 어라 지금.. 행.. 행복하다? '



일이 들어오면 바빠지고 없으면 한가 해지는 직업이기에


휴가라는 이름을 붙여 작정하고 쉬는 것이 좀 어색해져 버린 지 오래였다. 


그렇다 보니 들썩들썩 지인들의 여름휴가 시즌은 나와는 좀 동떨어진. 뭐랄까 그들만의 행사처럼 


느껴졌다랄까. 그래서인지 여름엔 곧 잘 심드렁한 기분에 휩싸이기도 했었더랬다.


그런데.

평일날 새벽. 가장 편안한 공간에서 가장 편안한 자세로 누워 애정 하는 시트콤을 보며 

시원한 맥주를 홀짝이고 있자니, 이 또한 썩 괜찮은 여름휴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게.


꼭 거창할 필요는 없지. 

남들이 떠난다고 덩달아 떠날 필요도 없으며 그렇지 못했다고 서운할 것도 없는 일이었다. 

내 기준에 행복한 시간을 나만의 방식으로 보내면 그럼 된 거지. 그게 쉬는 거지. 휴가가 별거 간디.
 


 내게 주어진 한 번뿐인 삶.


이왕이면 "나답게 사는 즐거움" 으로 꽉 채워 살다가 가고 싶다.



남들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대찬 성격이 아니지만서도 

      그럼에도 틈틈이. 그렇게 살아볼 궁리를 줄기차게 하며 어떻게든 조금씩 실천해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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