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 혼밥과 핸드폰
오늘의 일기는 좀 길어요 ㅎㅎ
너무 별 내용이 아니어서
지울까 말까 고민중이지만 ... ㅎㅎ
오늘은 점심에 혼밥을 하러 까페에 갔다.
라쟈냐를 주문하고 자리에 앉았는데 분명 30%가 남아있었던 핸드폰 밧데리가 거짓말처럼 딱 꺼져버렸다.
요즘들어 자주 있는 일이었지만 하필이면 혼자 밥을 먹어야 되는 타이밍에. 까페에서도 충전을 해주지 않는다고 하고. 큰 낭패다 싶어 한숨을 쉬며 창 밖을 내다보았다.
창문 밖 거리의 나무들은 어느새 새순이 돋아
싱그러운 연두색 이파리가 눈부셨고 사람들 옷차림도 몰라보게 가벼워져 있었다.
그들과 나 사이에는 유리창이 가로막고 있어 말소리가 들리지는 않았지만 즐겁게 대화를 나누며 걸어가는 사람들을 보니 나도 모르게 슬며시 기분이 좋아졌다.
그렇게 식사를 하는 내내 창 밖을 바라보고 사람들을 구경했다. 한 사람이 온다는 것은 그 사람의 인생이 오는 것과 같다는데 오늘 난 식사를 하는 잠깐 사이에 참 많은 사람들의 인생을 본 것 같다.
저들에게 난 어떤 인생으로 보일까.
저 여자는 어떤 사람이길래 이 시간에 혼자 까페에서 점심을 먹고 있는거지? 라고 생각할까? 아니 어쩌면 나라는 존재에 대해 전혀 신경을 쓰고 있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다 문득, 이미 4개월이나 지났지만 2017년 올 한해는 나에게 있어 어떤 한 해가 될 것인가 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어떤 친구는 결혼을 했고, 어떤 친구는 아이를 낳았고 또 어떤 친구는 큰 수술을 앞두고 있다.
그들과 비교해서 나는 더 행복한가? 덜 행복한가?
문득 내가 또 바보같은 생각을 하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 얼른 무의미한 비교를 멈췄다.
이번 주 일요일에는 내 생일을 맞이해서 가족들과 식사를 하기로 했다. 나는 생일을 그렇게 중요시 하지 않는 타입이라 매년 조용히 넘어갔는데 올해는 좋은 레스토랑에서 맛있는 한 끼를 먹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한 끼에는 내가 세상에 나온 것을 축하하는 뜻도 있지만 몇 십년 전에 나를 세상 밖으로 꺼내기 위해 죽을 힘을 다했던 엄마에 대한 감사함 또한 담고 싶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식사를 하다보니 어느새 라쟈냐 한 접시가 다 비워져 있었다.
핸드폰이 켜져있었더라면 식사내내 나와는 거리가 아득하게 먼 정치인, 연예인에 대한 생각과 정보들로 머릿속이 가득차 있었겠지. 꺼져버린 핸드폰 덕분에 나에게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생각을 하는 점심을 보낸 것 같아 기분이 좋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