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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만월 Jul 02. 2016

춘광사설

두 번 봤어, 세 번 보고 싶어.

시계 붕대 담배 골방 스탠드 폭포 고물차 빗물 볶음밥 노란가죽잠바 맥주 턱시도 일회용 카메라 버스 경마 전화 감기 키스 축구 고양이 피 소파 부엌 탱고 녹음기 등대 사진 여권 옥상 택시 다시 밤거리.

세 번째 보게 된다면 찾고 싶은 숨은 그림.


그 날씨의 그 곳에서 그 음악을 들으며 그 이야기를 하고 그렇게 춤을 추던 그와 함께 있던 그 시간.


연속으로 두 번을 본 이 영화는

내게 스며들어

전생을 문득 회상한 것 처럼

건드렸다.


어디서 본 것만 같은 흑백영상이

어디서 본 것만 같은 그 밤거리가

어디서 들은 것만 같은 그 폭포소리가

어딘가 있을 법한 그 들이

낯설지 않은

그 들의 대화가,

몸짓이,

눈빛이,

손길이.


원래 내게 있었던 것을 끄집어 낸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했다.


비가 오는 날 밤이면

몽유병처럼 이 영화를

또 다시 작은 티비에 틀어놓고

최면을 걸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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