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를 워낙에 하지 않는다. 게다가 나와 같이 사는 고양이도 청소를 할 줄 모르니, 우리는 먼지 귀퉁이에 산다. 오늘은 토요일이고, 어제 술을 조금 마셨고, 어제 조금 낯간지러운 소리를 술 기운에 누군가에게 해버렸고, 착찹한 마음과 부끄러운 마음이 한 곳에 뒤섞여서 오전 내내 멍을 때렸다. 침대에 누워서 멍때리다가, 지루한 기분이 들어 텔레비전과 컴퓨터를 켜고 한 곳에서는 핸드폰 음악이 흘러나오도록 스피커를 마저 켜두었다. 두개의 동영상과 세가지 소음이 엉겨들어 마음은 조금 차분해졌다. 마음은 그것보다 더 소란스러웠으므로 주위를 돌릴 필요가 있었다. 오늘 오전의 일이다.
차분해진 기분으로 방의 구석에 기억자로 구겨져 누워 바닥을 멍하게 쳐다보았다. 나와 사는 고양이의 털이 뭉치뭉치 돌아다녔다. 촛점없는 눈빛으로 털을 주워들고는 두 손가락으로 비볐다. 따뜻하고 안심이 되는 촉감. 여기 저기 하얀 꽃을 꺾듯이 방바닥에 구르는 털을 주워 모았다. 잠시 사라지겠지만 또 다시 생길 것. 음악이 꺼진 것 처럼 적막했다. 오늘도 날씨는 좋구나.
백만년만에 청소를 했다. 청소를 했다 들은 어떤이는 '오늘도 쉬었구나.'라고 얘기했지만 나는 오늘 하루종일 청소를 했다. 나의 집에 들를지도 모르는 널 위해서, 미리 해두고 싶은 마음에. 날씨도 좋았다. 청소를 하다가 창문을 열어둔 채로 잠이 들었다. 뒤숭숭한 꿈.
차였다.
집을 다시 어지르고 싶다. 몽군. 꽃을 뿌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