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양만월 Dec 10. 2016

백만년만의 청소

청소를 워낙에 하지 않는다. 게다가 나와 같이 사는 고양이도 청소를 할 줄 모르니, 우리는 먼지 귀퉁이에 산다. 오늘은 토요일이고, 어제 술을 조금 마셨고, 어제 조금 낯간지러운 소리를 술 기운에 누군가에게 해버렸고, 착찹한 마음과 부끄러운 마음이 한 곳에 뒤섞여서 오전 내내 멍을 때렸다. 침대에 누워서 멍때리다가, 지루한 기분이 들어 텔레비전과 컴퓨터를 켜고 한 곳에서는 핸드폰 음악이 흘러나오도록 스피커를 마저 켜두었다. 두개의 동영상과 세가지 소음이 엉겨들어 마음은 조금 차분해졌다. 마음은 그것보다 더 소란스러웠으므로 주위를 돌릴 필요가 있었다. 오늘 오전의 일이다.


차분해진 기분으로 방의 구석에 기억자로 구겨져 누워 바닥을 멍하게 쳐다보았다. 나와 사는 고양이의 털이 뭉치뭉치 돌아다녔다. 촛점없는 눈빛으로 털을 주워들고는 두 손가락으로 비볐다. 따뜻하고 안심이 되는 촉감. 여기 저기 하얀 꽃을 꺾듯이 방바닥에 구르는 털을 주워 모았다. 잠시 사라지겠지만 또 다시 생길 것. 음악이 꺼진 것 처럼 적막했다. 오늘도 날씨는 좋구나.


백만년만에 청소를 했다. 청소를 했다 들은 어떤이는 '오늘도 쉬었구나.'라고 얘기했지만 나는 오늘 하루종일 청소를 했다. 나의 집에 들를지도 모르는 널 위해서, 미리 해두고 싶은 마음에. 날씨도 좋았다. 청소를 하다가 창문을 열어둔 채로 잠이 들었다. 뒤숭숭한 꿈.


차였다.


집을 다시 어지르고 싶다. 몽군. 꽃을 뿌려라.


매거진의 이전글 올해는 주황색.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