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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만월 Oct 31. 2017

하루에 몇 분은 꼭 글을 쓰리라.

이 곳은 그 곳과 아주 멀지요.

고두.


누군가가 새벽 댓바람 부터 보내주었다.


오늘의 카드는 죽음 이었고,

낮을 밤처럼 관같이 작은 소파에 몸을 우겨넣고 잠을 잤다.


일어나 밥을 해먹고

그가 보낸 글을 읽었다.

페이지는 순식간에 사라지고

내복바람으로 한 겨울 길 한복판에 내쫒겨진 기분이 들었다.

마음 한 구석이 쑤셨다.


마음을 견고히 하는데 많은 시간을 들였었다.

하나의 것에 들러붙은 수많은 이유들을 돌아볼 때

그 것이 선 또는 악이라고 규정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 때에도

나는 마음을 견고히 해야만 했다.

이것은 선이고 이것은 악이다.

이 것은 내 것이고 저 것은 내 것이 아니다.

이 사람은 내 편이고 저 사람은 내 편이 아니다.

선을 긋는 악을.


그 무엇도 들어올 수 없을 만큼 견고해야만 했다.

그래야만 이해할 수 있었고, 이해해야만 지속할 수 있었다.

지속하는 것이 내가 하는 일이었다.


그래. 변명이다.


태생부터 견고한,

자신이 혐오하는 '견고'를 타고난 어떤 인간의

설교에 가까운 반성문을 읽으며

나에게서 쏟아져 나온 것도 또한

변명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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