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곳은 그 곳과 아주 멀지요.
고두.
누군가가 새벽 댓바람 부터 보내주었다.
오늘의 카드는 죽음 이었고,
낮을 밤처럼 관같이 작은 소파에 몸을 우겨넣고 잠을 잤다.
일어나 밥을 해먹고
그가 보낸 글을 읽었다.
페이지는 순식간에 사라지고
내복바람으로 한 겨울 길 한복판에 내쫒겨진 기분이 들었다.
마음 한 구석이 쑤셨다.
마음을 견고히 하는데 많은 시간을 들였었다.
하나의 것에 들러붙은 수많은 이유들을 돌아볼 때
그 것이 선 또는 악이라고 규정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 때에도
나는 마음을 견고히 해야만 했다.
이것은 선이고 이것은 악이다.
이 것은 내 것이고 저 것은 내 것이 아니다.
이 사람은 내 편이고 저 사람은 내 편이 아니다.
선을 긋는 악을.
그 무엇도 들어올 수 없을 만큼 견고해야만 했다.
그래야만 이해할 수 있었고, 이해해야만 지속할 수 있었다.
지속하는 것이 내가 하는 일이었다.
그래. 변명이다.
태생부터 견고한,
자신이 혐오하는 '견고'를 타고난 어떤 인간의
설교에 가까운 반성문을 읽으며
나에게서 쏟아져 나온 것도 또한
변명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