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버러버
비가 오니 인터넷이 오락가락한다.
답장이 없던 잠시 동안 괜히 마음이 두근두근.
돌아오지 않으면 어쩌나 안절부절.
내 요즘을 말할 것 같으면, 그러니까
'슬기로운 감빵생활'이 따로 없다.
학교 집을 오가며 다른 곳은 오 분도 걷지 않는데,
인터넷마저 없었다면 감빵이 따로 없었을 터.
최소한의 반경에서 최대의 간접경험을 하는 데는
그 무엇도 인터넷의 효율을 따라올 수 없다.
쓸만한 속도의 인터넷 덕분에
이 집순이는 어느 때 보다도 슬기롭다.
하늘 높고 나는 살찌는 천고보름비의 나라.
떠밀리고 끌려다니는 그곳으로 돌아가면
지금 이 곳의 삶이 사무치게 그리워지리라.
이미 과거가 되어버린 시간 속에 사는 것 같아서
별게 다 아쉽다.
끝이 있다는 건 뭐든 그렇지.
응, 그건 그거고.
여기서 아무리 오래 살아도 말이야.
갑자기 인터넷 끊기면
모니터에 마주대고
아무도 듣지 않는 욕 하는 습관.
그건 못 고칠 것 같아.
마치,
우랄 알타이어족 디엔에이에 새겨져 있었다는 듯이
이럴 때 보면 참 한국사람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