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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다담잡설

끽다거, 차 한잔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거라는 믿음

다담잡설(茶談雜說): 차 마시다 떠오른 별별 생각

by 몽원다인

조금 쑥스럽지만 작가의 본업은 생태경제학자이다. 거창하게도 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인간 사회를 꿈꾸며 공부를 시작하였고 지금은 기후변화와 관련된 연구를 주로 하고 있다.


기후변화. 이제는 더 이상 낯설지 않은, 하루에도 한두 번은 접할 수 있는 단어이다. 기후변화와 관련된 공부를 시작할 때, 적어도 작가가 살아 있는 동안에는 기후변화의 영향을 경험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었다. 다음 세대에서야 이르러서야 그 악영향이 뚜렷해질 것이라는 게 당시 기상 학자들의 중론이었다. 그러나 오늘날의 상황은 잘 알다시피 우려스럽다.


요즘 우리나라에서는 미세먼지 이슈가 환경 분야 뉴스를 도배해버리고 있다. 그런데 아주 조심스럽게 얘기해 보자면, 더워진 겨울 날씨와 겨울철 미세먼지가 아주 관련이 없는 것은 아니다. 시베리아 북풍이 시원하게 불어주면 맑은 하늘을 볼 수 있지 않았던가.


기후변화에 대해 아주 쬐끔 더 아는 사람으로서 다른 시민들에게 예상되는 위험과 대응책을 알려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다. 물론 작가 혼자서 끙끙 싸매는 것이다. 기후변화의 약영향이 가속화하는 상황에서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 기후변화를 조금이라도 늦추고, 취약한 사람들이 대비할 수 있게 도와야 하는데 뭐하나 변화를 일으키기가 쉽지가 않다. 마음은 조급한데, 우려의 목소리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서 답답하다.


끽다거(喫茶去). 차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한 번쯤 들어 봤을 말로, "차나 한잔 마시게"란 뜻이다. 당나라 시대 선승인 종심 선사가 선지식을 묻는 사람들에게 해주던 대답이다. 무엇을 물어봐도 80대의 종심 선사는 "끽다거"라고 답해주었다고 한다. 처음에 이 일화를 들었을 때 드는 생각은 '뭔 헛소리?, ' 아무리 좋게 봐야 고승의 말장난 정도로 밖에는 안 들렸었다.


그랬던 이 세 글자 화두, "끽다거"가 차를 마셔 갈수록, 세상을 경험해 갈수록 큰 울림으로 다가오는 것은 왜 일까? 저자가 앓고 있는 변화에 대한 조급증이 심해질 때마다 홀로 차를 우려내서 마신다. 그러면 비로소 조바심이 걷히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낀다. 아마도 차의 카페인이 주는 각성 효과와 함께 멍 때림이 가져다주는 결과가 아닐까 싶다. 끽다거, 그 말속에 진리가 있다.


골치 아픈 문제로 정신없이 바쁠 때, 한 템포를 쉬어주면 오히려 안고 있는 문제의 해결책이 찾아 지거나, 아니면 허둥댐 자체가 무의미 함을 깨달아 본 경험이 있으신지? 이럴 때 향기로운 차 한잔은 필수다. 술? 골치 아플 때 술을 마시면 어떠냐고? 술의 별명 하나, 망우물(忘憂物). 근심을 잊게 해주는 물건이란 뜻이다. 문제를 잠시 덮어주고, 잊게 만들어줄 뿐이다. 반면에 차는 우리가 문제를 관조할 수 있게끔 도와준다.


사람들이 최고의 차 한잔을 마시며 탐욕을 내려놓고 조금이라도 자유로워질 수 있길. 기후변화의 해법도 차 한잔에서 찾아질 수 있을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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