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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원다인 Dec 23. 2018

차맛을 아세요?

[1. 차에 대하여] 차란 무엇인가?

완벽한 차 한잔이 건네는 위로를 아는가? 일상 속에서, 출장지에서, 마음이 울적할 때 두 손안에 보듬어지는 그 한 잔의 위로. 찻잔 안의 온기가 코 끝으로, 입안으로 그리고 목젖을 타고 넘어가는 그 기분. 그리고 차를 마신 후 입가에 감도는 상쾌함. 내가 정성 들여 만든 차 한 잔과 함께 창밖을 바라보며 멍 때리는 시간은 바쁜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최고의 퀄리티 시간이다. 

 

차에 대해 알아 갈수록, 그리고 인생이 고달파질수록 완벽한 차 한잔에 대한 열망은 점점 커져만 간다. 나만의 완벽한 차를 우려내기 위한 첫 단계는 나에게 맞는 차를 고르는 것이다. 내가 어떤 스타일의 차를 선호하는지, 나의 취향을 먼저 파악할 필요가 있다. [1. 차에 대하여] 편에서는 자신의 차 취향을 파악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하여 차에 대한 기본적 지식을 살펴본다.


차는 차나무의 잎을 가공하여 물에 우려 마시는 음료

차는 차나무(학명 Camellia siensis)라는 동백나무속 식물의 잎을 가공하여 뜨거운 물에 우려서 마시는 음료이다. 차나무를 보면 잎이 반짝반짝한 것이 동백나무와 유사하게 생겼다. 꽃과 열매도 동백처럼 부리부리하다. 라틴어 학명도 중국(sinensis) 동백나무(camellia)인데 차나무의 원산지가 중국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중국의 운남 지방 외에 인도 아삼 지방도 차나무의 원산지라는 것이 알려졌고, 이 지역의 차나무의 학명은 Camellia asamica으로 부른다. 중국 원산의 차나무는 잎이 작아서 소엽종이라 불리고 상대적으로 추위에 강하다. 반면 인도 원산의 차나무는 잎이 커서 대엽종이라 불리고 추위에 약하다. 우리나라에서 재배하는 차나무는 중국 원산의 소엽종이다.


차나무의 어린 순과 잎을 따서 산화, 발효, 덖기, 건조 등 여러 가공 과정을 거치면 차가 완성된다. 여담으로, 차나무 잎을 그대로 먹어도 차 맛이 날까? 차나무의 생잎을 따서 우려 마셔보면 풀냄새 밖에 나지 않는다. 


우리가 보통 차라고 부르는 것에 감잎차, 결명자차, 보리차, 메밀차 등도 있는데, 이는 엄밀히 말하면 대용차라고 불러야 한다. 이 책에서 논의하는 것은 대용차가 아닌 차나무에서 찻잎을 채취하여 가공한 차이다.


오랜 세월 차의 인기 비결은 활력을 주는 차 속의 카페인


여기서 의문이 든다. 무엇이 이 차나무의 이파리를 그렇게 특별하게 만드는 걸까? 왜 그렇게 오랜 세월 동안 차를 마셔 왔을까? 그리고 요즘에도 전 세계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차를 꾸준히 마실까? 차의 인기 비결에 대한 설명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가운데 정설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차의 성분 가운데 하나인 카페인(caffeine) 때문이다. 카페인은 인간의 중추 신경을 흥분시켜서 활력을 느끼게 해주는 물질이다. 원래 차 속의 카페인에는 테인(theine)이라는 고유의 이름이 있었다. 서구에서 커피가 더 인기를 얻어서 그랬는지 카페인이라는 명칭으로 통합되어 쓰이게 되었다. 커피 속의 카페인과 차 속의 테인이 몸속에 흡수되는 기전과 속도 등에 차이가 있다는 연구도 있으나, 이런 전문적인 논의는 이 책의 관심 밖 문제이다. 어쨌거나 차를 마시고 나면 테인 또는 카페인의 효과로 기분이 좋아지고 활력을 되찾을 수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차를 갈망해 왔다. 

  

차의 대강의 성분과 맛을 살펴보자. 전통적으로 차의 맛은 오미(五味)라 하여 다섯 가지로 구분해 왔다. 떫은맛, 쓴맛, 단맛, 신맛, 짠맛이다. 여기에 추가해서 감칠맛도 차의 중요한 맛 중 하나이다. 어린 잎이 다량으로 포함된 차의 경우 감칠맛이 강하게 느껴진다. 차의 주요 성분에는 카페인, 폴리페놀류(카테킨, 플라보노이드, 탄닌 등 포함), 아미노산(테아닌) 등이 있다. 이중 카페인, 카테킨, 테아닌이 차의 3대 주요 성분이다. 건조한 찻잎 속에 카페인이 2~4%, 카테킨이 10~20%, 테아닌이 0.5~3% 정도 들어 있다. 이외에  당분, 염분, 비타민, 무기물, 방향성 화합물 등이 포함되어 있다. 


카페인, 카테킨, 테아닌이 차의 3대 주요 성분


카페인은 쓴맛을, 카테킨은 떫고 쓴맛을 낸다. 찻잎 성분의 대부분이 쓰거나 떫은맛을 냄을 알 수 있다. 3대 주요 성분 가운데 테아닌은 감칠맛을 낸다. 당분은 당연히 단맛을, 염분은 짠맛을 낸다. 방향성 화합물은 적은 양이 들어 있으나 우리가 차를 즐기는 데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아로마, 바로 향기를 제공한다. 카페인이 주는 활력과 더불어 차의 향기가 차를 계속 찾게 만드는 요인일 것이다. 앞으로 차를 우려내는 방법을 얘기하면서 이러한 차의 향을 제대로 추출하고 즐기는 것을 중점적으로 살펴보겠다.


다음으로 차의 간략한 역사이다. 경주박물관의 월지관에는 차(茶)라는 글씨가 쓰인 사발이 있다. 다완으로 불리는 사발로 가루차를 우려내어 마셨을 것으로 추정된다. 신라시대에 차를 즐겼음을 보여주는 유물이다. 경주박물관에서는 이 외에 차를 분쇄하는 절구와 야외에서 차를 달여 먹기 위해 사용했던 휴대용 화로 등 당시의 차문화를 보여주는 여러 유물이 남아 있다. 


한반도에서 차의 역사는 삼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우리나라에서 차의 역사가 삼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면 차의 본고장 중국에서는 어떨까? 대략 5천 년 전 농사의 신인 신농(神農)이 차를 발견한 것으로 전한다. 신농은 널리 백성을 이롭게 하기 위해 모든 풀과 나무를 맛보고 효능을 정리하여 본초경을 집필하였는데 이 와중에 찻잎에 해독작용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보급하였다 한다. 독초를 먹고 중독이 되어 괴로워하고 있던 찰나에 어디선가 날아온 찻잎을 먹고 몸이 나았더라는 식의 설화이다.


신농 설화의 의의는 중국에서 상당히 옛날부터 차의 효능을 알고 마셔왔다는 것을 짐작케 한다는 것이다. 이후 당나라 때 문인인 육우가 차에 관한 총서라고 할 수 있는 다경(茶經)을 집필하면서 비로소 중국의 차문화가 정립되었다. 중국의 다성(茶聖)으로 추앙받는 육우는 “울분을 떨쳐 버리려면 술을 마시고, 혼미한 것을 흩어지게 하려면 차를 마셔라”라는 말을 남겼다. 오늘날까지도 참으로 유효한 통찰이다. 


당나라 때 문인인 육우가 중국의 차문화를 정립하였다


중국에 육우가 있다면 우리나라에는 초의선사가 있다. 동다송(東茶頌)을 집필한 초의는 가히 우리나라의 다성이라고 부를 수 있다. 동다송은 차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을 다루면서 우리나라에서 생산한 차에 대해서도 논의를 하였다. 제대로 만들기만 한다면 우리나라의 차가 품질에 있어서 중국차에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남겼다. 초의는 다산 정약용과 교류하며 차에 대해 연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산 또한 차를 즐겨 마셨는데 그가 남긴 편지 가운데 차를 보내주기를 청하는 내용이 제법 많은 것이 흥미롭다.


초의와 다산이 차를 매개로 교류했었다는 점은 우리나라에서 차가 정신노동을 주로 하는 지식 계층에서 향유되었음을 시사한다. 차의 카페인 성분 때문에 참선을 하거나, 책상 앞에서 장시간 집중을 해야 하는 승려들이 주로 차를 찾았을 것이다. 조선시대의 숭유억불 정책으로 불교문화가 많이 위축되었고, 차문화 또한 불교문화의 일종으로 취급되어 쇠퇴하였다고는 하나 여러 문헌을 보면 차 산지인 남쪽 지방을 중심으로 음다 풍습이 보존되었고 약재로서 차가 널리 사용되었음 알 수 있다. 


초의 선사가 사용했던 흑유 다관(동아시아차문화연구소 소장품, 저자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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