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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원다인 Dec 24. 2018

와인만큼 차도 참 다양합니다

[1. 차에 대하여] 차의 종류

차에 대해 관심을 갖고 어떤 차를 살지를 찾다 보면 그 종류가 생각보다 다양해서 턱 질려 버릴 수도 있다. 기본적으로 녹차, 홍차 등이 있고, 따는 시기에 따라 우전, 세작 등으로, 형태에 따라 잎차, 떡차, 가루차, 티백 등등. '난 간편한 티백밖에 몰라'라고 한다면 범위가 확 줄어들지만, 티백도 그 내용물을 들여다보면 등급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보통 티백을 저렴한 부스러기 차 모음이라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상상을 초월하는 고급 잎차를 넣은 고가의 티백도 있다. 이번 포스트에서는 제조 방법에 따른 차의 종류를 살펴본다. 


기본적인 차의 제조 방법은 크게 세 단계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찻잎을 채취하고, 둘째 고유한 향을 발생시키기 위해 시들리기, 산화, 발효, 비비기 등을 하고, 마지막으로 보관을 위하여 찻잎을 성형, 건조한다. 물론, 두 번째 공정이 차맛을 내는 핵심이라 할 수 있고, 이에 따라 차의 종류가 결정된다.  


차의 원조가 중국이다 보니 차의 분류는 중국의 6대 분류를 주로 따른다. 차에 색깔을 붙여 구분하는데, 잎이나 찻물색이 정확히 차의 이름과 일치하지는 않는다. 백차, 녹차, 청차, 황차, 홍차, 흑차가 그것이다.


백차는 가공 방법이 가장 간단하다. 찻잎을 채취해서 햇볕에서 시들리고 그대로 건조한다. 2단계 가공 공정이 시들리기 뿐이다. 그래서인지 마른 찻잎을 보면 마치 낙엽을 모아 놓은 것과 같다. 잎에 보송보송한 솜털이 그대로 남아 있어서 차를 우려내면 찻물 속에 솜털이 떠다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러한 단순한 가공 과정에서 찻잎 속에서 약한 산화가 일어나는데 이때문에 백차는 홍차에 가까운 향이 난다. 백차: 채취-시들리기-건조


녹차 제조의 핵심은 채취한 찻잎에 열을 가하여 산화를 방지함으로써 녹색을 보존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덖기라고 하여 무쇠솥에 기름을 두르지 않고 차를 가열하는 방법을 쓰고 일본에서는 증기로 찌는 방법을 주로 사용한다. 이 과정을 전문 용어로 살청(殺靑)이라고 부른다. 이후에 유념(揉捻)이라고 찻잎을 비비는 과정을 거친다. 녹차의 진을 내어 맛을 내는 중요한 과정이다. 진이 나온 잎을 다시 열로 건조시키는데, 이 과정에서 열반응으로 달콤한 맛이 강화된다. 녹차는 원래의 차나무 잎에 가장 가까운 차라고 할 수 있겠다. 상쾌하고 싱그러운 맛이 가장 강하게 남는다. 덖는 정도에 따라 고소한 맛도 상당할 수 있다. 녹차: 채취-살청-유념-건조

녹차 만들기 과정. 좌: 살청(이때 올라오는 녹차 향기가 황홀하다), 우: 유념(힘을 줘서 무명천에 비벼 줘야 한다) (저자 촬영)


홍차는 녹차와 정반대로 찻잎의 산화를 유도한다. 녹차의 살청 과정을 생략하는 것이다. 찻잎을 채취하여 시들리고, 비벼서 찻잎 속의 산화 효소가 작용하도록 만든다. 이 과정에서 찻잎이 빨갛게 변한다. 그리고 건조를 하면 홍차가 완성된다. 홍차는 개운함이 특징이다. 산화의 과정을 거치면서 고유의 풀냄새 보다는 과일향과 같은 독특한 향이 나게 된다. 홍차: 채취-시들리기- 유념-산화-건조


여기서 하나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것은 발효와 산화에 관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홍차를 발효차라고 부른다. 엄밀히 말해서 홍차는 찻잎 자체의 효소로 산화가 된 차이다. 정작 발효차는 따로 있는데 아래에서 설명할 흑차가 그것이다. 그렇다면 왜 홍차를 발효차라고 부르게 되었을까? 혹자는 "산화"라는 단어가 주는 어감이 공업적이어서 마케팅 차원에서 발효라는 표현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산화차? 완전산화차? 조금 어색한 느낌이 없잖아 있기는 하다. 여담으로, 수요미식회에 차가 소개되었었는데(맞다, tvN의 그 수요미식회! 차만을 주제로 다루다니! 솔직히 저자도 깜짝 놀라고 반가웠었다), 이때 패널로 참여한 음식평론가 황교익은 "산화발효"라는 모호한 표현을 썼었다. 아마도 이러한 사정 때문에 고민 끝에 선택한 표현으로 이해한다. 발효차라고 부르는 것은 상관이 없겠으나 차를 마시는 사람으로서 만드는 과정을 정확히 알고 마실 필요가 있다.   


청차 또는 우롱차는 찻잎을 부분 산화시킨 차이다. 찻잎을 채취하여 시들리고 적당히 상처를 내어 부분 산화를 유도한다. 청차를 만드는 데 있어서 핵심은 찻잎에 잔상처를 내서 산화시키는 요청(搖靑)과 정치(靜置) 과정이다. 시들린 찻잎을 바구니에 담아 흔들어 주면서 상처를 내는데 상당한 경험과 전문성이 필요한 작업이다. 이 과정이 잘 된 찻잎은 테두리 부분만 발갛게 산화된 것을 볼 수 있다. 요청과 정치를 반복하여 원하는 산화도에 이르면  녹차 생산 과정과 마찬가지로 살청을 통해 산화를 중단시키고, 찻잎을 비비고 건조하여 완성한다. 청차의 향과 맛은 정말 다양하다. 녹차와 홍차의 맛이 전적으로 원재료에 좌우된다면, 청차는 산화 정도를 조절 함으로써 다양한 맛과 향을 낼 수 있다. 청차: 채취-시들리기-[요청-정치](부분 산화)-살청-유념-건조


흑차는 간단히 말해 녹차를 발효시킨 차이다. 흑차에는 생차와 숙차의 두 종류가 있는데, 생차는 녹차를 오랜 시간 동안 일정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면서 자연 발효시킨 것이고 숙차는 녹차에 미생물을 첨가, 인위적으로 발효시켜 생차와 유사한 맛을 내게끔 만든 것이다. 숙차는 그 역사가 그다지 길지 않은데 중국에서 1970년대에 제조 방법을 발명하여 상업화했다. 주로 떡차로 유통된다. 잘 만들어진 흑차에서는 말린 대추 냄새가 난다고 한다. 흙냄새, 가죽 냄새 또한 흑차의 주요 향기인데 이 때문에 호불호가 크게 갈리는 차이기도 하다. 흑차: 채취-살청-유념-발효-건조


황차는 산화와 발효의 과정을 둘 다 거친 차인데, 사실상 제대로 만들어진 황차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기 때문에 논하기가 어렵다. 중국에서도 생산량이 매우 적을뿐더러 고가에 거래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과감히 생략한다.


이 외에 차나무의 종류에 따라 대엽종과 소엽종의 차를 구분한다. 우리나라는 대부분 소엽종의 차나무이고, 대엽종은 중국 남부와 인도 동남아 지역에서 재배한다. 녹차를 보면 세작과 우전 같은 이름이 붙어 있는데 이는 찻잎의 채취 시기에 따른 구분이다. 우전은 곡우 전에 채취한 첫물 찻잎을 가공한 차이고 세작은 곡우 이후, 입하 이전에 채취한 찻잎을 가공한 차이다. 그 이후에 나는 차는 시기에 따라 중작, 대작 등으로 구분한다.


차의 형태를 보면 요즘에는 잎차(loose leaf)가 대세이지만, 여전치 가루차, 떡차 등도 찾아볼 수 있다. 가루차 또는 말차는 녹차 라떼를 만들거나 음식에 쓸 때 주로 사용한다. 떡차는 운송이나 보관에 용이하도록 차를 덩어리로 고형화 시킨 것이다. 정말 다양한 형태가 존재하는데 사람 키만 한 원통형의 차(제목 배경 사진 참조)에서 부터 작은 엽전 형태까지도 있다.   


차에 향을 추가하는 가향차도 있다. 우리가 잘 아는 재스민 차는 녹차에 쟈스민의 꽃 향기를 추가한 것이다. 개인적으로 순수한 차맛과 향을 추구하기 때문에 가향차를 선호하지 않는다. 특히 딸기향, 복숭아 향 같은 인공향료를 첨가한 차는 질색이다. 그러나 재스민, 난초와 같은 자연 꽃향을 추가한 고급 차도 구할 수 있다.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현미녹차도 어찌 보면 누룽지향(?)을 추가한 가향차의 범주에 넣을 수 있겠다. 


차를 고르는데 이 정도의 정보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더 나아가서 생산 지역에 따른 떼루와까지 따져보면 정말 복잡해진다. 장담컨대 어떤 전문가도 이 세상의 모든 차를 다 안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다음 포스트에서는 이런 배경지식 아래서 직접 차의 향과 맛을 보며 자신에게 맞는 차를 고르는 방법을 소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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