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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원다인 Dec 25. 2018

내 취향에는 어떤 차가 맞을까?

[1. 차에 대하여] 차 고르기

드디어 차를 고르는 단계까지 왔다. 자신의 취향에 맞는 차를 고르는 것부터 완벽한 차 한잔의 레서피는 시작한다. 차를 고르는 데 있어서 제1원칙, "반드시, 반드시 직접 시음을 해본 후 구입할 것." 차를 우려서 테이스팅을 할 수 없다면 최소한 찻잎의 냄새를 맡아보고 마른 잎을 하나 씹어서라도 맛을 봐야 한다. 시음 또는 시향을 할 수 없다면? 판매자가 정말 믿을 수 있고, 거래를 해왔었다면 판매자의 설명을 믿고 살 수도 있겠다. 그렇지도 않다면 미안하지만, 사지 않는 것이 맞다. 겉포장의 그럴싸한 그림과 설명만 보고 차를 사는 것은 마치 랜덤 박스를 사는 것과 같아서 아주 만족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실망을 하기 마련이다. 맘에 들지 않는 차를 마시는 것은 소중한 티타임, 더 나아가 인생의 낭비다. 혹시라도 맘에 들지 않는 차를 샀다면, 우유와 설탕을 듬뿍 넣어 단순 카페인 공급원인 밀크티로 마시던가, 이 마저도 여의치 않으면 냉장고 탈취제로 쓰는 게 낫다. 다시 한번 강조하는데 완벽한 차를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시음 또는 시향을 한 후 입맛에 맞는 차를 골라야 한다. 


시음과 시향을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자. 단순하게 맛을 보고 자기가 좋아하는 차를 고르는 과정이다. 이렇게만 얘기해 놓으면 초보자들은 너무 막막할 수가 있어서 나름의 기준을 제안해 본다. 저자는 개인적으로 달콤한 향이 나는 차를 선호한다. 이런 차는 대체로 쓰고 떫은맛이 덜하기도 해서 좋아한다. 반면에 차의 떫은맛을 선호하는 사람도 있다. 일반적으로 여러 맛과 향의 균형이 잘 잡힌 차를 좋은 차라고 한다. 어느 한 가지 향과 맛이 튀는 게 아니라 조화를 이룬 차가, 조용한 티타임에 어울릴 것이다. 그런데 고유의 독특한 향기가 약간은 과장되어 나오는 차도 결코 나쁘다고는 할 수 없다. 또 마시고 난 후에도 향기가 오랫동안 입안에 맴도는 차도 좋은 차이다. 본인 주머니 사정이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가장 맘에 드는 차, 앞으로도 몇 번을 더 마시고 싶은 그런 차를 고르면 되는 것이다. 


이 정도의 선택 기준도 뭔가 부족하다고 느낀다면 차 전문가들의 공식적인 시음법이 있다(ISO 3103:1980). 심지어는 차 시음만을 위한 전문 다기가 있다.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차를 비교하고 품평하기 위한 시음법일 뿐이다. 공식 시음법의 품질 평가 기준은 차를 고를 때 참고할 수 있겠다. 품평 과정은 다음과 같다. 먼저 건조된 잎을 펼쳐 놓고 찻잎의 외형을 평가한다. 다음으로 시음을 위해 하얀색 도자기 시음 잔에 3g의 차를 넣고 끓는 물 150ml에 6분간 우려낸다. 이 과정은 차의 엑기스를 뽑아내기 위한 것이다. 그냥은 도저히 마실 수는 없는 차가 나온다. 평소에는 시도하지는 마시길... 이 과정을 통해서 우려낸 결과물을 이용해 찻물색, 향기, 맛을 평가한다. 마지막으로 차를 우려내고 남은 젖은 찻잎을 관찰하며 평가한다.


공식 시음법의 평가 기준은 나라별, 지역별, 차 판매사 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다. 여기서는 하동 야생차 문화축제 품평회에서 적용한 기준을 소개한다. 괄호 안은 백점 만점의 점수 배분이다. 첫째, 마른 찻잎의 상태를 평가한다(20%). 차 부스러기나 부서진 차가 많으면 낮은 점수를 받는다, 반면 찻잎의 모양이 잘 보존되어 있고, 어린잎의 함량이 높으면 높은 점수를 받는다. 물론 이물질의 포함 여부도 검사 대상이다. 마른 찻잎의 냄새도 맡아보면서 습기를 먹었거나 곰팡이가 피지는 않았는지를 검사한다. 둘째, 하얀색 도자기 잔에서 찻물의 색깔을 평가한다(15%). 찻물의 색깔이 탁하거나 차 종류에 따라 기대되는 것과 다른 색깔이 난다면 낮은 점수를 받는다. 녹차는 밝은 연두색, 홍차는 붉은색이 기대되는 색깔이다. 셋째, 우려낸 찻잎과 엑기스 차의 향을 평가한다(25%). 탄 냄새나 불쾌한 냄새가 난다면 낮은 점수를 받는다. 넷째, 엑기스 차를 조금씩 맛보면서 맛을 평가한다(30%). 역시 탄맛이나 잡맛이 난다면 낮은 점수를 받는다. 맛과 향의 평가는 평가자의 주관에 많이 좌우될 수밖에 없다. 평가자는 차의 종류에 따라 기대되는 맛과 향이 풍부하게 나는 정도를 판단하도록 요청된다. 다섯째, 우려낸 찻잎을 들춰보며 상태를 평가한다(10%). 우려낸 잎을 살펴봐서 무슨 정보를 얻을 수 있나 싶겠지만, 원재료인 찻잎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다. 찻잎 가운데 타거나 벌레 먹은 것이 많다면 낮은 점수를 받는다.


차 품평회 세팅(2017년 5월 하동 야생차 문화축제, 저자 촬영)


차를 선물하거나 받을 때는 상대방의 취향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취향에 맞지 않는 차는 선물을 안 하느니만 못 하다. 차를 선물 받았을 때는 상대방에게 감사한 마음으로 약간 취향에 맞지 않는 차라도 즐겨 볼 수가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너무 맞지 않는다면, 역시 밀크티나 탈취제로 소비하는 게 낫다. 저자는 종종 차를 선물 받는데 차를 전혀 모르는 분이 중국이나 동남아 여행에서 사 왔다며 건네는 차를 제외하고는 다행히 감사한 마음으로 즐길 수 있었다. 아무리 비싼 차라고 하여도 본인의 취향에 맞지 않으면 그냥 풀 우려 낸 쓴 물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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