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담잡설(茶談雜說): 차 마시다 떠오른 별별 생각
마신 차: 2018년 산 동방미인. 3g, 95도, 50s-20s-40s-1m-1m30s
배달음식을 먹지 않는다. 어느 정도 머리가 크고부터는 배달 음식을 끊었다. 음식을 사야 할 필요가 있을 때는 직접 식당에 가서 사 오곤 한다. 이 얘기를 들으면 다들, "별스럽다," "시대에 뒤떨어졌다"라고 한 소리씩 한다. "요즘 배달음식이 얼마나 다양하고 맛있는 줄 아느냐"며 현대의 중요한 편의를 놓치고 있다는 듯이 얘기한다. 아무리 그래도 몇 가지 이유로 싫다. 작가가 배달음식을 주문하는 경우는 몸이 너무 아프거나, 이사를 하면서 식기를 사용할 수 없을 때뿐이다.
무엇보다 배달 오토바이가 소음을 내며 거리를 무법 질주하는 것이 싫다. 하찮은 내 끼니를 해결해 주려고 거리의 시민들에게 폐를 끼치고, 심지어는 안전을 위협하는 듯하여 마음이 불편하다. 배달 라이더들에게 항상 연민의 감정을 갖고 있다. 음식이 식을까 차선을 넘나들며 무리하게 과속 운행을 하는데, 그 위험 부담에 대해서 우리가 충분히 보상을 못해주는 듯하다. 일종의 위험의 외주화가 아닐는지... 그리고 라이더들은 이렇게 과속, 인도주행 등을 하지 않으면 벌이가 안된다고 하는데 불법을 해야만 생계가 유지된다고 하는 것은 참 불행한 일이다. 나 하나라도 불매를 해서 배달 라이더 일자리가 사라진다면 오히려 그들이 더 좋은, 적어도 안전한 일자리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식당에서 밥을 먹는 경험은 음식을 먹는 행위만이 전부가 아니라 생각한다. 식당의 인테리어, 주방에서 풍기는 조리과정의 냄새, 그리고 무엇보다 식당에서 일하는 분들과 다른 손님들과의 복합 작용이 외식의 경험을 구성한다. 요즘 배달 음식이 흥하면서 이러한 복합 경험을 평가절하해버리고 음식 자체만을 강조하는 듯하여 아쉽다. 집이 제일 좋아서, 집에서 배달시켜 먹고 싶다고? 그럼 어쩔 수 없고.
이와 관련해서 가끔 한 번씩 언론에서 이슈가 되는데 배달 음식의 퀄리티 문제도 있다. 도대체 어디서 만들어져서 배달되는 것인지. 정말 내가 아는 식당에서 만들어진 것인지. 정체불명의 번호에 전화를 걸어서 야식을 시켜 드시는 분들은 참 용감하다는 생각을 한다.
배달을 시키면 불필요한 쓰레기가 많이 나오는 것도 싫다. 그릇에 씌우는 랩은 기본이고, 소스를 담는 작은 그릇과 1회용 수저까지... 냉장이 필요한 회 같은 경우 보냉재를 가득 담아서 보내는데, 어느 집에 갔다가 주방에 쌓여 있는 보냉제의 산을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만들지 않을 수 있었던 쓰레기다.
"시대에 뒤떨어졌다, " "배달의 민족이 아니다"라고 해도 좋다. 다리가 부러져서 걷지 못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나는 동네 마트에 꾸역꾸역 걸어가서 장을 볼 것이고, 역시 혼밥을 하더라도 동네 단골 식당에 들러 사람 냄새를 맡으며 밥을 먹을 거다. 지금도 창밖에는 티타임의 정적을 깨며 오토바이가 질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