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담잡설(茶談雜說): 차 마시다 떠오른 별별 생각
마신 차: 2019년 산 보이생차(홍허야생차왕수). 4g, 100도, 50s-30s-50s-1m10s-1m40s
얼마 전 하얀색 말티즈를 기르던 견주가 올린 글을 우연히 읽었다. "반려동물의 이름을 음식 이름으로 짓지 마세요." 15년 동안 함께 했던 두부가 세상을 떠나고 나니, 두부를 먹을 때마다, 그 이름을 들을 때마다 반려견 두부가 생각나서 힘들어진다고...
반려동물 이름을 음식 이름으로 지으면 오래 산다는 속설이 있어서 그런지 음식 이름으로 반려동물 이름을 짓는 분들이 많다. 한국만의 유행이 아닌 듯, 유학할 때 교수님 중 한 분의 닥스훈트 강아지 이름이 쏘세지였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반려견 얘기를 하니 둘째 동생 봉봉이가 떠오른다. 다른 집에서 파양을 당해 우리 집으로 오게 된 시추 강아지. 왜 이름을 봉봉으로 지었는지는 모르겠다. 그냥 처음부터 봉봉. 해태에서 나온 봉봉 주스에서 따왔나? 아님 불알 두쪽이 하도 귀여워서 봉봉으로 지었을까? 이 녀석을 처음 보면서 '개불알이 이렇게 크다니!' 하고 흠칫 놀랬었다. 우리 가족 사이에서 썰이 분분했었으나 사고뭉치 엉망진창 봉봉으로 잘 살다가 조용히 떠나갔다. 이쁜 추억만 많이 많이 남겨 주고.
봉봉이란 이름이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이름이 아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해본다. 봉봉이 아니라 홍차, 녹차, 우롱차, 보이차였으면 힘들었을 듯. 설마 그런 분은 없겠지만 반려동물에게 김치, 쌀밥, 국물 이런 이름을 붙여준 분들은 최악일 거다. 매일매일 생각날 수밖에 없을 테니. 그렇다면 식단을 아예 빵 위주로 바꿔버릴지도 모르겠다.
생각난 김에 옛날 폴더를 뒤져서 봉봉 사진을 찾아보니 반갑기도 하고 목구멍 깊숙이 뜨거운 것이 느껴진다. 이쁜 녀석. 시추라서 그런지 멍청하기는 다른 견종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였지만, 사람의 마음을 읽는 참 선하고 순한 녀석이었다. 봉봉과 아침, 저녁으로 산책하던 시간이 내게는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 반려동물과 행복한 여행을 하시는 분들, 아이들을 먼저 보내고 나서도 좋은 추억만 간직하고 부디 강건하시길.
참, 우리 가족에게는 봉봉이 처음이자 마지막 반려견이 되었다. 누구도 말은 하지 않았지만 어떤 강아지도 봉봉을 대체할 수 없을 거란 암묵의 합의가 있어서... 그리운 봉봉, 잘 지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