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담잡설(茶談雜說): 차 마시다 떠오른 별별 생각
마신 차: 연우제다의 전홍. 2g, 90도, 30s-20s-30s-40s-1m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생난리다. 거리에서 만나는 사람들 모두 겁에 잔뜩 질려있는 모습이 확연하다. 예정되어 있던 회의도, 공연도, 전시도 모조리 취소되고 있는 중이다. 모두 얼어붙었다.
모두가 이렇게 패닉을 할 때는 따뜻한 차 한잔 마시면서 문제를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내가 거리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자를 접촉할 확률은 얼마나 될까? 내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걸려서 그 때문에 죽거나 영구적인 장애를 입을 확률이 얼마나 될까?
지금은 많이 줄었겠지만 한 달간 평균적으로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중국인의 숫자를 40만 명으로 놓고, 몇 가지 단순한 가정을 세운 뒤 서울에서 외출하여 최근 중국에서 입국한 사람을 만날 확률을 대충 손으로 계산해 보았다. 100명을 밀접 접촉한다고 하면 그중 갓 중국에서 입국한 사람은 0.1명이 채 되지 않는다. 현재 입국 제한으로 40만 명보다 더 적은 숫자가 입국을 하고 있으니 이 확률은 더 줄어들 것이다. 그리고 중국에서 입국한 사람들 가운데 바이러스 감염자의 숫자는 더 적을 테니 감염자를 접촉할 확률은 더 낮아진다.
국내에서 2차, 3차 감염의 가능성도 따져봐야겠지만, 현재 잠재적 감염자의 통제가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니 그 확률 역시 그리 높지 않다고 본다.
거리에서 감염자와 잠깐 접촉을 통해 감염이 되었다는 뉴스를 보면서 '이게 나한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야'라고 놀라겠지만, 이 정도의 감염 확률이라면 우리가 벌벌 떨면서 일상을 포기하고 생활 방식을 바꿀 정도로 높다고 보지 않는다. 그리고 감염이 된다고 하더라도 우리나라 의료 환경에서 치사율이 그렇게 높을 것 같지도 않다. 발원지인 중국 허베이성을 제외하고 이번 감염증의 치사율은 일반 독감 수준이라는 보고도 있다. 그렇다고 방역을 소홀히 하자는 얘기는 절대 아니다. 과학에 의지하면서 공포가 우리를 지배하도록 놔두지는 말자는 얘기다.
인간은 위험을 과장하여 인지하게끔 진화되어 왔다. 모든 위험이 나한테 발생할 수 있는 것처럼 과장하여 해석하는 것도 그러한 진화의 결과이다. 그렇게 하는 것이 생존에 유리했으니까. 자연스러운 결과다. 과학의 발달로 세균과 바이러스를 가지고 놀면서도, 이제 거의 신적인 위치에 올랐음에도 인간 유전자에 기록된 위험회피 본능은 강하다. 이러한 사실을 조금이라도 더 아는 사람이라면 주변에 겁에 질려 옴짝달싹을 못하는 동료들에게 움직일 용기를 불어넣어 줘야 한다.
완전히 다른 생각으로 시민들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대응 노력의 반만큼이라도 기후변화 문제 해결에 기울여 주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어쩌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보다 더 많은 사람을 서서히 죽음으로 내몰 수도 있는 기후변화인데, 우리 모두의 문제이다 보니 아무의 문제도 아니다. 그리고 기후변화의 위험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처럼 시각적으로 끔찍하지 않아서 위험에 대처하는 인간의 본능을 자극하지 않는다. 어떻게 하면 이 위험회피 본능을 깨울 수 있을까? 기후변화의 위험으로부터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응하듯이 마스크와 손소독제를 사재기하면서 나만, 내 가족만 각자도생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걱정이다.
온 세상이 새파랗게 질려있어도, 향긋한 홍차 한 잔 마시면서 여유를 찾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