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담잡설(茶談雜說): 차 마시다 떠오른 별별 생각
마신 차: 지리산 죽로차. 3g, 95도, 40s-20s-40s
겁도 없이 TV 오디션 프로그램에 지원했다가 예선에서 똑 떨어졌다. 주위에선 나이 먹을 만큼 먹어서 무슨 추태냐고 했지만 일상성을 깨는 도전을 해보고 싶었다. 유재석은 유산슬도 하고 예술의전당에서 하프 연주도 하고 다 하드만... 애당초 TV에 출연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은 안 했었고.
사실 같지 않게도 오랫동안 간직해온 바리톤 가수의 꿈이 있다. 기왕에 연습을 해온 거 큰 무대에 도전하고픈 욕심은 아마 음악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품고 있을 것이다. 그래도 무모했지, 날고 기는 전공생들을 어찌 당할 수 있을까. 그리고 간절함! 큰 무대를 향한 간절함에 있어서 직장인인 나는 감히 전공생들에게 비길 수가 없었다. 거기서 사실 게임은 끝난 거다. 패자들이 늘상 하는 소리: 감히 지원을 해봤다는 것에 의의를 둔다.
예선을 준비하는 과정은 재미도 있고 보람도 있었다. 노래를 선곡하고, 연습하고, 녹음해서 들어보고, 프로필 사진 찍는 연습을 하고... 곡은 뮤지컬 분위기를 낼 수 있는 변훈 선생의 가곡을 골랐다. 워낙 오래전부터 불러왔던 레퍼토리라 자신이 있었으나, 막상 반주와 맞춰 보려니 쉽지 않았었다. 아무래도 오디션 프로라서 극적인 연출을 하고 싶었는데 소리를 제대로 내면서 연기를 하는 것이 어려웠다. 선생님은 그 정도로 되겠냐고 뭐라 뭐라 하셨지만, '아마추어가 이 정도면 됐지 머, '하면서 안이하게 생각했다. 다른 전공생들은 정말 목숨 걸고 준비를 했겠지. '노래는 부족하지만, 나의 스토리를 팔 수 있을 거예요'라고 생각했는데, 나는 유재석이 아니었다.
그나저나 이 코로나19 난리통에 프로그램이 제대로 전파를 탈 수 있을지 걱정이다. 부디 새로운 가수들의 멋진 무대를 볼 수 있길. 나는 덜 화려해도 소소한 무대를 찾아 노래를 계속해야겠다. 유르페우스에 버금가게 예명은 몽바로티 정도로 할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