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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원다인 Dec 27. 2018

차에도 유효기간이 있나요?

[1. 차에 대하여] 차의 보관 방법

독자들에게 내기를 하나 걸어 보고 싶다. 회사에 있다면 탕비실에 가서 싱크대 서랍을, 집에 있다면 부엌의 싱크대나 찬장 서랍을 뒤져 보라고. 어느 구석에선가 누가 언제 뒀을지 모를 홍차나 녹차 티백이 하나 정도는 분명 튀어나올 것이다. 아주 용감하다면 그 티백을 우려서 향을 음미해 보시라. 수년간 서랍 속에서 배어든 각종 냄새가 타임머신처럼 코끝에 스쳐 지나감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정 카페인이 궁하다면 그런 티백도 심폐 소생시켜 마실 수 있겠다. 그러나 그닥 궁금하지도 않은 서랍 속의 은밀한 과거와 만나고 싶지 않다면 당장 그 티백을 던져 버리시길...


차에도 유효기간이 있다. 공식적으로 가향하지 않은 녹차와 홍차 그리고 청차(우롱차)의 유통기한은 2년이다.  향을 첨가한 가향차의 경우 향에 따라 유통기한이 짧아진다. 그러나 오랜 기간 숙성시켜 가며 마시는 흑차나 백차는 유통기한이 사실상 없다. 산화나 발효를 전혀 시키지 않는 녹차의 경우 개봉 이후의 상미기한이 상대적으로 짧다. 나머지 홍차와 청차(우롱차)는 녹차보다는 개봉하고 난 후 오래 두고 마셔도 맛이 보존된다. 그런데 이것도 개봉한 차를 제대로 보관을 했을 때의 얘기이고, 제대로 보관을 하지 못한다면 차의 맛은 급격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맘에 딱 드는 차를 구했어도, 보관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차를 마실 때마다 '이게 왜 이러지'하면서 안타까운 동거를 계속할 수밖에 없다. 이것이 맘에 드는 차를 구매하는 것만큼 차를 제대로 보관하는 것도 중요한 이유이다.


찻잎은 공기 중의 향기와 습기를 쉽게 흡수한다. 자체가 말라 있기도 하거니와 찻잎 속의 플라보노이드 성분 때문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앞에서 거듭 맛없는 차의 활용 방법으로 냉장고 탈취제를 제안했던 것이다. 흑차와 백차를 제외하고 나머지 종류의 차들은 개봉을 하는 순간 맛이 변한 다는 것을 염두에 두자. 그래서 소포장을 구입해서 재빠르게 소비하는 것이 차 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시중에서 20g 포장이 제일 작은 용량의 잎차 포장으로 알고 있다. 이 정도면 1~2주 동안은 향과 맛이 변할 걱정 없이 두고 마실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매일 마신다는 전제 하에.


차를 보관함에 있어서 제일 원칙은 외부 공기의 차단이다. 중국과 대만에서는 진공 포장한 잎차를  판매한다. 산소와의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으로, 그것도 부족하다 생각했는지 산소 제거제까지 넣어서 판매한다. 이렇게 철저하게 포장했더라도 마시기 위해서는 뜯어야 한다. 그리고 다시 밀봉을 해서 보관해야 한다. 이때 어떻게 보관을 해야 차 맛을 오랫동안 보존할 수 있을까?


어머니들이 건어물 따위를 보관할 때 냉동실을 애용하는 것처럼 밀봉해서 냉동 보관하는 방법이 있다. 외부 공기와 접촉을 막고 추가적인 화학반응이 일어나는 것을 방지 함으로써 차맛을 보존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결정적인 단점이 있다. 냉동된 차를 상온에 꺼냈을 때, 온도 차이로 인해서 찻잎 표면에 이슬이 맺힐 수 있다. 냉동실에 놓고서 자주 꺼내서 차를 덜어 쓴다면, 차가 금세 눅눅해져 버릴 것이다. 냉동 보관을 한다면, 상온에 꺼낼 때, 이슬 맺힘을 방지하기 위해 찻잎의 온도가 상온과 일치하도록 충분히 기다린 후에 밀봉을 풀어 줘야 한다. 이 과정이 성가실 수 있어서, 대량으로 장기 보관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권하고 싶지 않다.


굳이 냉동실에 보관하지 않고 상온에 보관하더라도 맛을 보존할 수 있다. 락앤락으로 대표되는 밀폐용기가 워낙 훌륭하다. 가급적 차가 들어 있는 상태의 포장을 밀봉한 뒤 다시 밀폐용기에 넣어 보관하는 방법을 권한다. 기존의 포장지를 그대로 사용하라고 하는 이유는, 포장지의 안쪽 표면에도 차의 향이 배어 있기 때문이다. 찻잎을 꺼내서 밀폐용기에 바로 넣으면 다시금 차의 향이 빠져나가서 밀폐용기 안쪽 표면에 묻을 것이다. 포장지 표면에 나눠준 차향만으로도 충분히 아깝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차향의 손실을 막기 위해서 원래의 포장에서 꺼내지 않는 것이 좋겠다. 다른 한 가지 이유는 대부분의 밀폐용기가 투명하거나 반투명해서 빛을 투과시키기 때문이다. 맥주처럼 찻잎도 빛을 받으면 변질될 수 있다. 그래서 불투명한 포장지를 그대로 쓰는 게 좋다. 포장지 입구는 주방에서 흔히 사용하는 클립을 사용해서 밀봉하면 된다. 한 가지 주의사항! 김치나 다른 냄새나는 음식을 담았었던 밀폐용기는 상식적으로 안 쓰는 게 좋겠다. 김치와 차의 미스매치 콜라보를 꿈꾼다면 몰라도.


차의 양이 많다면 소분해놓고 쓰는 것이 편하다. 이때 소분한 차는 락앤락 타입 밀폐용기를 사용할 수도 있고, 전통적인 틴캔이나, 내부 공기를 빼낼 수 있는 압축 밀폐 용기에 보관할 수도 있다. 작고 예쁘게 만들어진 제품들이 시중에 많이 나와 있다.  

좌: 프리파라의 압축밀폐용기, 우: 캔은 아니지만 틴캔 스타일의 차 보관 용기


흑차나 백차는 보관 방법에 특별히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 보이차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분들 가운데는 전용 옹기를 주문 제작하여 사용하기도 한다. 원래의 종이 포장지에 싸서 지나친 습기와 직사광선을 피해서 찬장 또는 책장에 보관해도 무방하다. 이 경우 차에 보관 장소의 냄새가 약간 배이는데 나중에 차를 우려 마실 때 창고 냄새라 불리는 이 습향을 제거하기 위해 세차의 과정을 거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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