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차에 꽂혔나

완벽한 차 한잔을 위한 레서피

일용할 카페인 공급원으로 꾸준히 차를 마셔왔지만 차에 확 꽂히는 그런 순간이 있었다. 불교에서 말하는 돈오의 순간. 정말 차가 좋아지고, 이것을 좀 더 깊이 파 봐야겠다는 그런 결심이 드는 순간 말이다.

유학시절, 수업을 따라가랴, 논문을 쓰랴 정신없는 생활의 연속이었다. 커피는 원래부터 전혀 안 마셨었기 때문에 차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만 해도 저자에게 차는 커피보다 나은 양질의 카페인 공급원일 뿐이었다.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다 마셨었다. 차를 만드는 것도 대충 티백에 끓는 물을 부어서 우리고, 맛이 쓰면 설탕과 우유를 뿌려 먹었었다.  

그러다 이제는 기억도 나지 않는 누군가로부터 일본 센차 한 봉지를 선물 받았었다. 센차는 녹차인데, 살청을 할 때 덖지 않고 쪄서 만드는 녹차이다. 공정의 특성상 살청이 골고루 잘 되어서 찻물색이 곱게 나는 것이 특징이다. 어쨌거나 일본 후쿠오카산 잎녹차였고, 한참을 찬장에 굴러다니다 마침 티백이 다 떨어져서 마시게 되었었다. 첫인상은 그저 그랬다. 일단 거름망에 넣어 우려먹는 것이 귀찮았고, 맛도 티백 녹차와 비교하여 특별할 것이 없게 다가왔다.

돈오의 순간은 차를 마시고 난 후에 찾아왔다. 차를 마시고 쓰레기를 버리러 밖으로 나왔었는데 어디선가 은은하게 향기로운 냄새가 나는 것이었다. 무슨 향수 냄새인가 하면서 주변을 둘러보고, 입은 옷을 킁킁거려봐도 알 수가 없었다. 그 향기는 내 입안에 남은 차의 잔향이었던 것이다!

차가 향기롭다는 말. 솔직히 그 이전에는 잘 알지 못했었다. 향이 강하지는 않지만 마시고 난 후에도 은은히 오래 남는 차의 매력. 이 매력을 한번 맛보고 난 후에도 빠져나올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저자는 그때 이후로 차의 매력에 흠뻑 빠져서 완벽한 차 한잔을 향한 구도를 계속하고 있는 중이다. 이 글을 읽는 분 가운데, 아직 차의 매력을 영접하지 못한 분이 있다면, 그 돈오의 순간이 빨리 오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