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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원다인 May 24. 2021

다기 세척은 양치질처럼

완벽한차 한잔을위한 레서피

다기를 어떻게 씻어야 하는지 체계적으로 설명하는 글을 보지 못했다. 대부분의 차 애호가들은 어떻게 차를 우려내고, 마시냐에만 관심을 두지 다기를 씻고 관리하는 것은 사소한 일이고, 각자 알아서 잘 하겠지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런데 차생활을 시작하면 당장 거추장스럽게 맞닥뜨리는 현실이, 우려내고 남은 엽저를 처리하고 다기를 씻는 일이다. 우아하게 차만 마시고 끝나면 좋겠지만, 그 우아함을 유지하기 위해서 물밑에서 아둥바둥거리는 백조의 물갈퀴처럼 다기를 씻고 관리해 주어야 한다. 다기를 씻고 관리하는 것도 차생활의 일부라 받아들이고 즐길 수 있으면 제일 좋겠고, 그렇지 않다면 조금이라도 이 일을 쉽게 만들어야겠다.


사실 다기를 잘 씻지 않고 쓰는 사람들도 많다. 중국, 대만에서는 사용한 다기를 뜨거운 물로 살짝 헹궈서 사용한다. 자사호를 사용하는 분들은 차때가 끼어가는 것을 양호라 하며 즐기기도 한다. 이 모두 개인 취향이라 할 수 있겠는데, 저자가 보기에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체로 깨끗한 다기 사용을 선호한다. 중국에서는 음식점에서 이빨이 나간 그릇을 그 집의 역사와 전통을 상징한다고 생각하며 자랑스럽게 사용하는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이빨 나간 그릇을 내는 것은 손님에 대한 결례라고 생각한다. 중국인들은 담긴 요리가 중요하지 그릇은 본질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들은 보여지는 외관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문화적 차이라 할 수 있겠다.


본인이 관리하기에 편리한 다기를 선택하자


다기를 깨끗하게 관리하기 위한, 아주 기본적인 전제 조건이 있다. 애당초 '내가 관리하기에 알맞은' 다기를 골라야 한다. 손이 큰 사람이 입구에 손가락 두 개가 들어가기도 벅찬 조그만 다관이나, 손가락으로 잡기에도 작은 뚜껑의 개완을 산다면 깨끗이 씻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개인별 신체 조건에 대한 고려는 물론이고 부엌의 환경까지도 고려할 수 있다면 이상적이겠다. 다기를 구입할 때, '이것을 내가 깨끗하게 관리할 수 있나'를 반드시 생각해야 한다.


저자는 개인적으로 백자 다기를 선호한다. 그래서 더욱 깨끗하게 유지할 필요가 있다. 다기를 어떻게 관리해줘야 할까? 다기에 누렇게 끼는 차때를 어떻게 씻어 줘야 할까?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다기는 치아처럼 관리해줘야 한다. 차를 마시고 나서 가급적 빨리 씻어야 하고, 구석구석 닦아줘야 한다. 그리고 아무리 하루 두 번 꼼꼼히 양치질을 하더라도 6개월에 한 번씩 스케일링을 받아야 하는 것처럼, 다기 구석구석에 낀 차때를 제거하기 위해 가끔씩 스케일링을 해줘야 한다. 스케일링은 베이킹 소다나 소금과 같은 연마제를 사용하면 되는데 여기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자세히 설명하겠다.


엽저를 건조하여 처리하자


단계별로 다기를 씻고 관리하는 방법을 살펴보자. 찻자리를 갖고 난 후 다기를 쟁반에 모아서 개수대로 가져간다. 우선 개완이나 다관에 담겨 있는 우려낸 찻잎(엽저)을 꺼내서 손으로 물기를 꾹 짜준다. 그리고 미리 준비 해 놓은 빈 그릇 또는 채반에 고르게 펴준다. 잘 말려서 버리기 위함이다. 엽저를 담을 빈 그릇을 싱크대에 하나 장만해 놓고 사용하면 편리하다. 작가는 이빨이 나가거나 금이 간 그릇을 엽저 건조 전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엽저를 손으로 짜주면서 엽저의 부드러움도 느껴 보고 모양을 관찰하기도 한다. 엽저가 아직 따뜻할 때 물기를 짜주면 빨리 마르는 장점이 있다. 손으로 짜주지 않고 그대로 말려도 되는데 당연히 건조에 시간이 더 걸린다.

 

자주 쓰레기통을 비운다면 물기를 짜지 않은 엽저를 그대로 버려도 무방하다. 그러나 쓰레기통을 자주 비우지 않는다면 쓰레기통에서 찻잎의 수분이 악취와 같은 문제를 일으킬 것이다. 엽저는 음식물 쓰레기로 버릴 수도 없어서 건조하여 일반 쓰레기도 배출하는 것이 최선이다. 엽저를 담은 그릇은 반나절 정도 지나서 엽저가 마르면 비워준다.

엽저 건조용 채반


엽저 그릇을 정기적으로 비우지 않고 그 위에 엽저를 계속 쌓아간다면 엽저 더미의 아래쪽부터 신기한 생명체(곰팡이)가 스멀스멀 자라 오르는 기적을 목격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모두 작가의 경험에서 나오는 생생한 증언이다. 찻잎에 피어난 검고 흰 곰팡이를 보면서 기꺼이 나에게 몸을 내어준 찻잎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었다. 이 글을 읽은 독자들은 부디 경험하지 않기를... 


디기는 세제를 사용하지 말고 흐르는 물에 세척하자


엽저를 처리했으면 개완 또는 다관을 전용 수세미로 흐르는 물에 세제 사용 없이 슬슬 닦아 준다. 전용 수세미는 특별한 것이 아니고 주방에서 사용하는 아무 수세미를 다기 세척 전용으로 정해 좋고 사용하면 된다. 단, 할머니들이 즐겨 쓰시던 파란색 수세미나 철 수세미는 절대 피해야 한다. 이런 수세미를 사용하면 귀한 다기 표면이 긁혀서 상하게 된다. 유리 다기라면 잔 흠집이 많이 생겨 투명함을 잃어버리고 보기 싫게 변할 것이다. 묵은 차때가 벗겨진다고 선호하는 분이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절대 금물이다. 도자기 다기의 경우 유약을 입힌 표면이 다 망가지고 긁힌 상처에 차때가 더욱더 흉하게 끼이게 된다. 아크릴 수세미를 사용해도 무방한데 아크릴 수세미는 기름때 제거에 효과가 있어서 다기에 사용할 이유가 없다. 이보다는 아주 평범한 그물형 수세미나 논-스크래치 수세미를 하나 정해 놓고 사용하자. 다른 식기와 수세미를 공유하다 보면 세제가 묻을 수도 있고, 좋지 않은 음식 찌꺼기 냄새가 날 수도 있기 때문에 전용 수세미를 정하여 사용하는 것을 권한다.


이제는 상식이 되었지만, 뚝배기 같은 도기나 유약을 바른 자기를 닦을 때 세제(계면활성제)의 사용은 절대 금물이다. 기름때가 묻을 일이 없어서 쓸 필요도 없거니와 다기 중에는 자사호처럼 유약을 바르지 않은 도기도 있고, 개완의 경우 뚜껑의 테두리에는 유약이 발라져 있지 않기 때문에 세제가 스며들었다가 차를 우려내는 과정에서 베어 나와 차맛을 망칠 수도 있다.


그저 평범한 수세미를 가지고 흐르는 물 아래서 살살살 구석구석 훔쳐주면 되겠다. 힘을 세게 주어 분노의 칫솔질을 반복하면 치아 표면이 파이고 신경이 노출되어 시리거나 통증을 느낄 수 있다. 다기도 마찬가지! 너무 세게 닦기보다는 다기 표면에 얇게 묻어 있는 차때를 살살 벗겨 낸다고 생각하자. 박박 닦는 것보다 구석구석 꼼꼼히 닦는 게 중요하다.


더 꼼꼼히 닦기 위해서는 작은 솔을 하나 두고 닦아주면 좋다. 가지고 있는 다기들을 관찰해보면 알겠지만 다기에는 은근 손길이 닿기 어려운 사각지대가 많다. 특히 다관 부리의 속 부분은 일반적인 수세미나 솔로 세척이 불가능하고 길쭉한 전용 솔을 사용해야 하는데, 이것도 다관의 길이에 따라 다른 솔을 사용해야 한다. 보통 정성이 아니고는 사실상 다관의 부리 부문은 세척이 불가하다고 보면 되겠다. 그 외에 각진 모서리 부분, 개완 뚜껑의 손잡이 아랫부분 등이 세척 시 신경을 써줘야 하는 사각지대이다.


개완 또는 다관을 우선 씻고 난 후에 나머지 찻잔과 공도배, 숙우, 거름망 등을 씻어 준다. 갯수가 많아서 성가신 생각이 드는 게 당연한데, 순서를 정해 놓고 반복해서 씻다 보면 일종의 훈련이 되어 속도도 빨라지고 힘도 덜 들게 된다. 예를 들어, "개완 또는 다관->찻잔->거름망->숙우->나머지 다기"의 순서.


찻잔의 경우, 립클로스나 립스틱, 핸드크림 등 기름 성분이 묻어 있으면 미리 냅킨으로 닦아주고 물로 헹구는 게 좋다. 기름 성분의 오염이 너무 심하다 싶으면 찻잔만 따로 빼서 주방세제를 사용하여 다른 식기들과 함께 씻어 주어야 한다. 이때도 찻잔이 유약을 바른 자기가 아닌 도기라면 세제의 사용은 금물이다.


거름망이 가장 닦기에 까다로운데 솔을 사용하여 닦는 것이 최선이다. 거름망은 주방에서 사용하는 체를 씻는 요령과 마찬가지로 차를 붓는 부위의 반대 방향, 즉 찻물이 나오는 곳부터 닦아줘야 거름망 구멍 사이에 끼인 불순물이 쉽게 제거된다. 거름망의 구멍 사이사이에 끼는 차때는 앞서 얘기했던 스케일링 방법으로 제거하는 수밖에 없다.


식기 건조대에 다기를 놓고 말리는 전용 부분을 정해 놓던가 싱크대에 다기 건조 전용 쟁반을 마련해 두면 좋다. 건조대로 나무나 대나무 제품을 사용하면 다기에 나무 냄새가 배일 수 있다. 냄새가 나지 않고 수분을 흡수하지 않는 플라스틱, 유리, 스테인리스로 된 건조대가 좋다. 자연 건조가 싫다면 페이퍼 타월이나 행주를 사용하여 물기를 닦아준다. 계절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반나절 정도 두면 자연 건조가 되는데, 건조 후에 찬장에 정리해 두던가, 차판에 올려서 세팅하고 먼지가 앉는 것을 막기 위해 다포로 덮어 둔다.


때때로 베이킹 소다를 사용하여 다기를 스케일링해주자


다기의 스케일링은 베이킹 소다, 소금 등 주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연마제를 사용하여 묵은 차때를 긁어서 벗겨 주는 작업이다. 베이킹 소다나 소금을 조금씩 수세미에 묻혀 다기 표면의 오염이 심한 곳을 문질러 준다. 거름망은 솔에 연마제를 묻혀 문질러 준다. 연마제가 들어 있는 치약으로 닦아줘도 스케일링의 효과를 낼 수 있는데, 치약에는 계면활성제가 들어 있어서 도자기로 된 다기에는 사용을 권하지 않는다.


손으로 베이킹 소다를 문질러 주는 것이 성가시다 싶은 분들에게 희소식이 있다. 문지르기를 대신해주는 약품이 있다. 과탄산나트륨이라고 물과 반응하면 엄청난 산소 방울을 만들어 내는 물질이다. 산소계 표백제라고 알려져 있는데, 세탁실에서 흔하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을 베이킹 소다와 섞어서 따뜻한 물에 넣으면 격렬히 반응하면서 베이킹 소다가 묵은 때를 벗겨낸다. 텀블러의 오래된 차때를 벗기는 데에도 효과가 있다.


다기 세척을 위한 전용 제품도 나와 있는데 과탄산나트륨과 베이킹소다를 3:1(무게의 비율)로 섞어 놓은 것이다. 큰 용기에 다기를 넣고 뜨거운 물을 부어준 후 이 제품을 넣으면 격렬한 기포가 생기면서 다기 표면의 차때를 벗겨낸다. 물 1.5리터에 5그램을 넣으면 되고, 뜨거운 물을 부어준 후 기포가 모두 발생할 때까지 10~30분 정도 기다리면 된다. 저자는 세탁실의 과탄산나트륨과 베이킹소다를 이 제품의 비율대로 섞어서 사용한다. 다기의 묶은 때가 벗겨지는 상태를 확인하면서 부족하다 싶으면 과탄산나트륨을 더 넣어 준다.


매번 차를 마실 때마다 스케일링 작업을 하기는 성가시고, 구석진 곳에 끼인 차때가 거슬릴 때 한 번씩 해주면 좋다. 매일 차를 마신다면 6개월에서 1년에 한 번 정도 해주면 적당하겠다. 얼마나 자주 하는지는 전적으로 다기의 상태와 개인 취향에 달려 있다.


소중한 다기를 씻고 갈무리하는 것도 찻자리와 차생활의 일부이다. 매일매일 정성을 들여 깨끗이 씻어 주다 보면 정이 깊이 들게 마련이고, 찻자리도 더 뜻깊어진다. 다기를 깨끗이 관리하여 깔끔한 차생활하시길.



사족: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다기를 관리하는 모습을 촬영해 보았는데 도통 맘에 드는 사진을 구할 수가 없었다. 더러운 것을 닦아주는 이야기라 지저분하기도 하고. 장차 본문의 보완과 수정 과정에서 가능하다면 일러스트레이션을 추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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